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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주차】 (DN 31-싱갈라 경) 4)[네 가지 질문]
쉽지만 어긋남이 없는 공부를 위해 해피법당이 개설하는 새출발법회 스물한 번째 시간입니다. (DN 31-싱갈라 경)을 공부하는 중인데요, 지난주부터는 경의 본 주제인 ‘육방(六方)을 감싸는 자’를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은
장자의 아들이여, 성스러운 제자는 어떻게 여섯 방향을 보호하는가? 장자의 아들이여, 이런 여섯 방향을 알아야 한다. 동쪽은 부모라고 알아야 하고, 남쪽은 스승들이라고 알아야 하고, 서쪽은 자식과 아내라고 알아야 하고, 북쪽은 친구와 사람들이라고 알아야 하고, 아래쪽은 하인이나 직원들이라고 알아야 하고, 위쪽은 사문-바라문들이라고 알아야 한다.
라고 하는데, ‘나’는 각각의 방향이 제시하는 관계에 대하여 다섯 가지 경우로 섬겨야 하고, 그러면 각각의 상대방 또한 다섯 가지 경우로 ‘나’를 연민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사문-바라문들은 여섯 가지 조건으로 가문의 아들을 연민합니다. ‘나의 성숙’과 함께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가지는 ‘관계의 성숙’에 대한 상세한 설명인 것입니다.
지난주에는 첫 번째 방향인 동쪽에 적용된 자식과 부모 간의 역할 관계를 주제로 하였는데, 어린 아이에서부터 자라나는 과정 그리고 집안일을 책임 맡게 되는 전체 과정에서 부모를 섬기는 방법과 자식을 사랑으로 돌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두 번째 방향인 남쪽에 적용된 제자와 스승 간의 역할 관계 즉 제자는 스승을 섬기고 스승은 제자를 연민하는 방법을 알아보아야 하는 순서인데요, 잠시 다른 경전의 가르침 한 가지를 참고하고 돌아오려 합니다. (DN 31-싱갈라 경)의 이해를 위해서는 조금 다른 측면의 접근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AN 4.42-질문에 대한 대답 경)을 참고하겠습니다.
비구들이여,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런 네 가지가 있다. 어떤 네 가지인가? 비구들이여, 어떤 질문은 확실하게 대답해야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질문은 분석해서 대답해야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질문은 되물어 대답해야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질문은 대답을 보류해야 한다. 비구들이여,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런 네 가지가 있다.
앙굿따라 니까야 주석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확실하게 대답해야 하는 질문’ 등에 대해서 [그 뜻은 다음과 같다.] ‘눈은 무상합니까?’라고 질문을 받으면 ‘물론입니다. 무상합니다.’라고 단언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단언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질문이다.
‘무상한 것은 눈을 말합니까?’라고 질문을 받으면 ‘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귀도 무상하고 코도 무상합니다.’라고 분석한 뒤에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분석해서 설명해야 하는 질문이다.
‘눈처럼 귀도 그러하고 귀처럼 눈도 그러하지요?’라고 물으면 ‘무슨 뜻으로 물은 것입니까?’라고 되물은 뒤에 ‘본다는 의미로 물은 것입니다.’라고 대답하면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해야 한다. ‘무상하다는 뜻으로 물은 것입니다.’라고 대답하면 ‘그렇습니다.’라고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되물어서 설명해야 하는 질문이다.
‘생명이 바로 몸입니까, 아니면 생명과 몸은 다릅니까?’라는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세존께서는 설명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보류해야 한다. 이것이 보류해야 하는 질문이다.”(AA.ⅱ.308~309)
[첨언] 질문에 따라 그 속함을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잘 공부해서 신중하게 답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 한 가지 ‘보류해야 하는 질문’은 때로 저를 곤란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부처님께 직접 여쭈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 설명하지 않은 부분을 제가 답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을 하곤 하는데, 그럴 때 질문하신 분들의 어이없어함이 저를 곤란케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 경에서 말씀하시듯이 그러한 답변은 어이없는 답변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답변인 것입니다. 오히려 부처님께서 설명하지 않은 부분을 문명의 발달 등을 핑계로 하여 자기의 견해를 답변으로 제시하거나, 그런 답변을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질문자의 태도가 어이없는 왜곡의 시도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법우님들께서도 합당한 질문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혹시 보류해야 하는 답변이 제공되었다고 해도 어이없어 하지 마시고, ‘아, 이 질문은 괴로움의 소멸에 도움 되지 않아서 부처님께서 설명하지 않으신 범주에 속하는구나!’하고 알아차리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우님의 공부가 필요할 것이니 열심히 공부에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니겠지만, 질문의 경우처럼 부처님의 설법에도 차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설법은 소유의 영역에서 삶을 향상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설법은 존재의 영역으로 올라서기 위한 설법입니다. 또 어떤 설법은 존재의 영역에서 더 향상하기 위한 설법입니다. 그리고 어떤 설법은 벗어나 해탈된 삶을 실현하기 위한 설법입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설법은 그 당시 사회가 가지는 문화 현상 위에서의 삶의 향상을 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설법의 경우는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 사회의 문화 위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눈을 가져야 하는데, 이 경에서도 그런 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전이 설해진 시기와 경전을 공부하는 시기의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고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다시 (DN 31-싱갈라 경)의 다음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두 번째 방향인 남쪽에 적용된 제자와 스승 간의 역할 관계입니다.
장자의 아들이여, 학생은 다섯 가지 조건에 의해 남쪽인 스승을 섬겨야 한다. ‒ 일어나서 맞이하고, 모시고, 배우려 하고, 봉사하고, 온전히 기술을 배운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런 다섯 가지 조건으로 학생에 의해 섬겨진 남쪽인 스승은 다섯 가지 조건으로 학생을 연민한다. ‒ 잘 훈련된 것을 훈련 시키고, 잘 배운 것을 익히게 하고, 배운바 모든 기술을 함께 알려주고, 친구와 사람들을 소개해 주고, 여러 방향에 대해 보호해 준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런 다섯 가지 조건으로 학생에 의해 섬겨진 남쪽인 스승은 이런 다섯 가지 조건으로 학생을 연민한다. 이렇게 그 남쪽은 보호되고, 안온하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된다.
세 번째 방향인 서쪽에 적용된 남편과 아내 간의 역할 관계입니다.
장자의 아들이여, 남편은 다섯 가지 조건에 의해 서쪽인 아내를 섬겨야 한다. ‒ 존경하고, 모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고, 권한을 넘겨주고, 장신구를 준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런 다섯 가지 조건으로 남편에 의해 섬겨진 서쪽인 아내는 다섯 가지 조건으로 남편을 연민한다. ‒ 맡은 일을 잘 처리하고, 사람들이 잘 따르게 하고, 바람피우지 않고, 모아 놓은 것을 잘 지키고, 모든 할 일에 대해 숙련되고 게으르지 않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런 다섯 가지 조건으로 남편에 의해 섬겨진 서쪽인 아내는 이런 다섯 가지 조건으로 남편을 연민한다. 이렇게 그 서쪽은 보호되고, 안온하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된다.
이 경이 말하는 부부 간의 역할 관계에 의하면, 불교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 하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의 부부 간 평등 또는 남녀평등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역사에서도 고려 시대까지의 남녀 관계는 조선 시대의 그것에 비해 아주 높은 평등 구조[자유연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현상을 불교가 제시하는 이런 특성 때문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