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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 법회

첫 번째 이야기 -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하는 이것!」 - H2O의 비유

0 1,418 2017.09.26 07:20

‘해피스님의 마음이야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마음! 


무엇인가요? 아마도 인류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 나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철학자든 종교가든 많은 스승들이 자기들대로의 이해 위에서 설명하고 증명하기 위해 애쓴 주제일 겁니다. 저는 7월 한 달 열 번의 시간을 통해 불교교주이신 우리의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명하고 증명해주신 마음이야기를 정리해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불교 안에서도 마음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이 있겠지만 ‘근본경전 니까야’라는 부처님 살아서 직접 설한 가르침에 근거하는 마음이야기로 제한할 생각입니다.


부처님 살아서 직접 설한 가르침에 근거하는 마음이야기! 


마음이야기는 먼저 마음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하나의 단어로 말하고 있지만 경전은 마음을 심(心) 또는 의(意) 또는 식(識)이라는 세 가지 이름으로 구분하여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心)이라는 마음과 의(意)라는 마음 그리고 식(識)이라는 마음이 어떤 공통점 위에서 어떤 차이를 가지고 구분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마음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경전은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하는 이것!」이란 말로 세 가지 마음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이것을 심(心)이라고도 하고 의(意)라고도 하고 식(識)이라고도 한다는 것입니다. 표현된 대로만 읽으면, 심(心)과 의(意)와 식(識)은 모두 같은 것이고 부르기만 다르게 부른다는 의미를 갖게 되는데, 불교 안에서 오랫동안 적용된 마음 이해의 방법입니다.


• 경전 읽고 가겠습니다. <배우지 못한 자 경>의 일부입니다. [배경 음악] 


"비구들이여, 그러나 배우지 못한 범부는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에 대해서 염오(厭惡)할 수 없고 이탐(離貪)할 수 없고 해탈할 수 없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비구들이여, 배우지 못한 범부는 오랫동안 이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의 자아다.'라고 움켜쥐고 내 것으로 삼고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우지 못한 범부는 여기에 대해서 염오할 수 없고 탐욕이 빛바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다. …


그러나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낮이건 밤이건 생길 때 다르고 소멸할 때 다르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원숭이가 숲에서 나뭇가지를 붙잡고 돌아다니면서 이 나뭇가지를 잡았다가는 놓아버리고 다른 나뭇가지를 잡고 그 나뭇가지를 놓아버리고 다른 나뭇가지를 잡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낮이건 밤이건 생길 때 다르고 소멸할 때 다르다."


하지만 세 가지를 모두 같은 것이라는 의미로만 보아서는 안됩니다. 한 면으로는 같은 것이지만 한 면으로는 다른 것이기도 하다는 이중적 의미를 주목해야 하는데요, 경전은 이 세 가지 마음을 삶의 과정에서 함께하는 조건에 따라서 엄격하게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비유를 한 가지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런 비유입니다. 중학생만 되어도 다 아는 질문이겠지만, 산소 하나와 수소 두 개가 결합하면 무엇이 될까요? 아, 물! 물인가요?


법우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물? 물론 맞는 답변이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맞는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만약에 산소 하나와 수소 두 개가 결합한 이것을 영하 20도씨쯤 낮은 온도에 보관하면 그때는 물이 아니잖아요. 그죠? 얼음이 되거든요. 온도를 좀 올려서 0도씨~100도씨 사이에 보관하면 물이 되고요. 온도를 더 올려서 100도씨를 넘기면 수증기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조건에 따라 얼음이라고도 물이라고도 수증기라고도 불리는 이것, H2O!」라고 해야 합니다. 동일한 질문에 대해서도 이렇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더 훌륭한 답변이 가능해지는 거지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정확한 답변이 필요할까요? 관리와 활용의 측면에서 만족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내일 아침 가족 나들이를 가려고 얼음덩어리를 사온 아빠가 얼음과 물의 조건적 차이를 감안하지 못해서 냉동실에 넣지 않고 잠을 자면, 내일 아침 피크닉에 사용할 얼음은 없어지거든요. 그냥 미지근한 물만 남아있을 뿐인 거지요. 그러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요? 엄마와 아이들의 입이 삐져나오고, 아빠는 미안하다고 쩔쩔 매야 하고, 가족나들이는 출발부터 분위기를 망치게 되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불만족한 상황 즉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음이 필요할 때 얼음을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얼음의 조건에 맞게 관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잘 관리되어야 활용의 문제를 만들지 않게 되고, 그럼으로써 불만족한 상황 즉 괴로움이 소멸하게 되는 것입니다. 행복한 삶이 실현되는 것이지요.


사실 이 비유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동일하게 산소 하나와 수소 두 개가 결합되어 「조건에 따라 얼음이라고도 물이라고도 수증기라고도 불리는 이것, H2O!」는 이름으로보다 관리-활용의 측면에서 더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얼음일 때는 얼음의 조건에 맞게 관리해야 활용의 문제가 해소되고, 물일 때는 물의 조건에 맞게 관리해야 활용의 문제가 해소됩니다. 수증기일 때도 역시 수증기의 조건에 맞게 관리해야 활용의 문제가 해소되고, 불만족 즉 괴로움을 만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이렇게 조건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이름에 따라 관리-활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비유를 통해 알아보았는데요, 이제 이 비유를 마음의 문제에 적용해서 이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보았지만, 경전은 마음을 세 가지 이름으로 부릅니다.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하는 것이지요. 이때, 이 세 가지 마음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마음이라는 하나의 물건을 심(心)이라고도 하고 의(意)라고도 하고 식(識)이라고도 하니 같은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물의 비유에서처럼 무언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조건에 따라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불리는 이것, 마음!」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마음도 「조건에 따라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불리는 이것, 마음!」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심(心)일 때는 심(心)의 조건에 맞게 관리해야 활용의 문제가 해소되고, 의(意)일 때는 의(意)의 조건에 맞게 관리해야 활용의 문제가 해소됩니다. 식(識)일 때도 역시 식(識)의 조건에 맞게 관리해야 활용의 문제가 해소되고, 불만족 즉 괴로움을 만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무엇을 조건으로 다르게 불리는 것일까요? H2O가 온도를 조건으로 다르게 불렸다면, 마음에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만드는 조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중요한 것입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물도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이지만, 마음은 그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의 조건 관계는 정확히 파악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짚어 보아야 하는 주제입니다. 


• 경전 읽고 가겠습니다. <대전기경>에 나타나는 칠불통계(七佛通戒)입니다. [배경 음악] 


모든 악한 일들 짓지 않고,

모든 선한 일들 구족하며,

스스로 심(心)을 청정히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 [법구경 게송 183]

               

‘sabbapāpassa akaraṇaṃ, kusalassa upasampadā. 

sacittapariyodapanaṃ, etaṃ buddhānasāsanaṃ.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심(自淨其心) 시제불교(是諸佛敎)


그런데요, 저는 이 질문에는 앞선 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宗敎)에 대한 문제입니다. 마음은 우리 삶의 중심을 차지하는 어떤 것이기 때문에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의 영역에서부터 풀어져야 한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입니까?


음악 듣고 와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부터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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