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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 법회

업의 조건 : 탐-진-치

0 1,251 2017.12.02 11:25

[ … ] 들으셨습니다. 토요일 밤,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이 함께하는 부산불교방송 주말특집 해피스님의 마음이야기 함께하고 계십니다.


업(業)의 조건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가르침을 설해주는 경전은 <마할리 경>인데요, 악업(惡業)과 선업(善業)의 원인-조건을 알려줍니다. 경은 악업을 짓는 원인-조건으로 탐(貪)-진(嗔)-치(癡)-비여리작의(非如理作意)-잘못 지향된 심(心)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선업(善業)을 짓는 원인-조건으로 무탐(無貪)-무진(無嗔)-무치(無癡)-여리작의(如理作意)-바르게 지향된 심(心)의 다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탐(貪)-진(嗔)-치(癡)의 있고 없음과 작의(作意)의 상태 그리고 심(心)의 지향 상태가 업(業)의 선악(善惡)을 결정하는 원인이자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악업(惡業)과 선업(善業) 즉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은 심(心)을 원인으로 하는데, 심(心)은 탐진치(貪嗔癡)를 조건으로 오염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 내용을 펼치면, 인식과정에 수반되는 탐진치(貪嗔癡)에 조건 지어진 심(心)이 원인이 되어 의업(意業) 즉 사유하면 신업(身業)과 구업(口業)으로 대상에게 구체적으로 행위 하게 되고, 그러면 행위에 상응하는 과(果)와 보(報)가 뒤따른다는 것인데, 이것이 업(業)에 대한 포괄적 이해입니다.


여기서는 원인 즉 행위의 주체가 되는 심(心)을 오염하는 탐진치(貪瞋癡)에 대해 알아보아야 합니다. 삼독(三毒)이라고 불리는 그것인데, 불교가 제시하는 삶의 심오한 영역에서 작용하는 문제의 근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치(癡)는 번뇌(煩惱)와 무명(無明)을 함께 부르는 용어인데, 존재의 실상에 대한 오해입니다. 즉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부정(不淨)인 존재의 실상을 모르고 상락아정(常樂我淨)으로 오해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조건에 따라 변하고 자기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변하지 않고 자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인식과정에서 행복 또는 괴로움으로 경험된 것을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것입니다. 


탐(貪)은 치(癡) 때문에 즐거움의 경험을 지속된다는 오해 위에서 붙잡는 작용이고, 진(嗔)은 괴로움의 경험을 지속된다는 오해 위에서 밀쳐내는 작용입니다. 그러나 즐거움과 괴로움의 경험은 지속되지 않고 변해가는 속성-실상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탐(貪)을 일으켜 아무리 붙잡아도 붙잡아지지 않고, 진(嗔)을 일으켜 아무리 밀쳐내도 밀쳐내지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래서 탐진치(貪瞋癡)는 불만족 즉 괴로움을 만드는, 삶의 심오한 영역에서 작용하는 문제의 근원인 것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인간 경>은 탐진치(貪瞋癡)가 사람의 내면에서 생겨나면 해롭고 괴롭고 편히 머물지 못한다고 알려줍니다. 같이 들어보시겠습니다.


그때 빠세나디 꼬살라 왕이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빠세나디 꼬살라 왕은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ㅡ "세존이시여, 인간에게 안으로 어떤 법들이 생겨나면 해롭고 괴롭고 편히 머물지 못합니까?"


"대왕이여, 인간에게 안으로 세 가지 법들이 생겨나면 해롭고 괴롭고 편히 머물지 못합니다. 어떤 것이 셋입니까? 대왕이여, 인간에게 안으로 탐(貪)이 생겨나면 해롭고 괴롭고 편히 머물지 못합니다. 대왕이여, 인간에게 안으로 진(嗔)이 생겨나면 해롭고 괴롭고 편히 머물지 못합니다. 대왕이여, 인간에게 안으로 치(癡)가 생겨나면 해롭고 괴롭고 편히 머물지 못합니다. 대왕이여, 인간에게 안으로 이러한 세 가지 법들이 생겨나면 해롭고 괴롭고 편히 머물지 못합니다."


"탐(貪)과 진(嗔)과 치(癡)의 악함을 가진 인간을

자신에게서 생겨나 파멸시켜 버리나니

갈대에게 생긴 열매 갈대 자신 파괴하듯."


탐진치(貪瞋癡)는 이렇게 자기의 안에서 생겨나 자기를 해롭게 하고 괴롭게 하고 편히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견 경>은 탐(貪)과 진(嗔)과 치(癡)를 해로운 것들의 뿌리라고, 무탐(無貪)과 무진(無嗔)과 무치(無癡)를 유익한 것들의 뿌리라고 알려줍니다.


탐진치에 대해 설명하는 재미있는 경전 두 가지도 함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먼저 <외도 경>은 「탐(貪)은 허물은 작지만 느리게 없어지고, 진(嗔)은 허물은 크지만 빠르게 없어지며, 치(癡)는 허물도 크고 느리게 없어진다.」고 합니다. 탐(貪)과 진(嗔)에 비해 치(癡)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불교 수행의 마지막 단계가 치(癡)를 제거하는 위빳사나 수행인데요, 치(癡)를 구성하는 번뇌(煩惱)와 무명(無明) 가운데 번뇌를 부숨으로써 ‘무명(無明)이 버려지고 명(明)이 생겨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깨달음을 위한 최후의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내용은 진(嗔)이 허물은 크지만 빨리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누구나 버럭 화내고는 돌아서서 크게 후회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진(嗔)의 속성이 이렇게 빨리 없어지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그 순간을 참아 넘기고 커다란 허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이제는 아셨으니, 진(嗔)이 꿈틀대며 올라올 때 바르게 보아 참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커다란 허물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경전은 <살하 경>입니다. 경은 간탐(慳貪)이 탐(貪)의 머리이고, 진에(瞋恚)가 진(嗔)의 머리이고, 무명(無明)이 치(癡)의 머리라고 하면서, 탐욕스런 자는 간탐해서, 성내는 자는 분노하는 마음이어서, 어리석은 자는 무명(無明)에 덮여서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남의 아내에게 접근하고, 거짓말을 하고, 남도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데, 그것은 오래도록 그에게 손해가 되고 괴로움이 된다고 합니다.


의업(意業)에 속하는 간탐(慳貪)과 진에(瞋恚)가 내면의 심오한 영역에서 작용하는 탐(貪)과 진(嗔)의 머리이고, 무명(無明)과 번뇌(煩惱)로 구성된 치(癡)에서는 무명(無明)이 머리라고 하는 것인데, 내면의 문제가 행위로 직접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연결의 구조에서 머리에 해당하는 간탐과 진에와 무명 때문에 오래도록 손해와 괴로움을 겪게 된다고 경은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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