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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스님 이야기

늙음, 그 서러움의 이야기!

1 765 2017.12.19 09:15

고순호 법사님을 뵈었습니다. 대학 시절 만나 처음 법을 배운 이래 30년 넘는 세월을 늘 곁에 모시고 도움 받는 어른입니다. 유익한 대화중에 저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늙는다는 것은 서러운 것이라지요?” 어느새 칠십을 넘어서신 법사님에게 이제 며칠 후면 육십 줄에 올라설 저의 처지를 이 한 마디에 담아 여쭌 것입니다.

 

법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물이 맑은 것은 흐르기 때문입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냄새나고 생명이 살지 못하게 됩니다. 흐른다는 것에서 맑음을 보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맑음을 보지 못하고 흐름을 탓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맑음을 보는 사람은 흐름을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흐름 가운데 수반되는 그 맑음을 즐길 뿐입니다.

 

산이 아름다운 것은 사계절의 변화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계절의 변화가 없는 산은 밋밋해서 늘 바라보고픈 마음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변한다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보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변화를 탓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은 변화를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변화 가운데 수반되는 그 아름다움을 즐길 뿐입니다.

 

늙음이 서러운 것은 늙음의 이면(裏面)[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육십에는 육십 줄에 닿은 멋이 있고, 칠십에는 칠십 줄에 닿은 멋이 있습니다. 늙음이라는 변화에 수반되는 삶의 지혜입니다. 늙는다는 것에서 생겨나는 삶의 지혜를 보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지혜를 보지 못하고 세월을 탓하곤 합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말하며 변화를 거부할 방법을 찾아 애쓰곤 합니다. 그러나 그 지혜를 맛본 사람은 세월을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세월 가운데 묻어나는 그 지혜로 삶을 밝히는 일에 매진할 따름입니다.”

 

저도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한 문장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압축합니다. 사실에 괴리(乖離)된 삶은 괴로움을 만들고[()], 사실에 부합(符合)한 삶은 행복을 만듭니다[고멸(苦滅)]!’라고. 이때, 사실은 삼법인 즉 무상(無常)-()-무아(無我)입니다. 조건의 결합으로 생겨나고 조건의 해체를 통해 없어지는 것 즉 무상(無常)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이런 이치를 배워 조건을 주목하고 그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은 행복을 만들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런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치를 배우지 못해 조건을 주목하지 못하고 그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괴로움을 만들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런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늙음이라는 변화, 그 조건의 변화에서 지혜를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 지혜를 행하여 자기의 삶을 밝히고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지혜를 나누어 줄 수 있다면 그에게 늙는다는 것은 더 이상 서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흐르는 물의 맑음이고 변화는 산의 아름다움이라 하겠습니다.”

 

※ 법사님은 이어서 세상을 믿는 힘을 말씀하셨습니다. 늙는 과정을 되돌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지혜인가 봅니다. 평생의 삶을 통해 만난 세 명의 선지식 이야기인데 다음 번 만나서 자세히 여쭌 뒤 전해드리겠습니다

Comments

2017.12.19 09:37
고순호 법사님은 근본경전연구회 학술세미나① 윤회의 진실 부산 특강에 오셔서 저의 불사(佛事)를 축하해 주셨습니다. ☞ http://nikaya.kr/bbs/board.php?bo_table=happy06_01&wr_id=24&sca=%EC%9C%A4%ED%9A%8C%EC%9D%98+%EC%A7%84%EC%8B%A4 [2분~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