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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스님 이야기

자리매김(3-5) ㅡ 변절

0 440 2018.12.30 20:50

2007.07.30. http://cafe.daum.net/happysanga/EizR/27

 

정진회의 창립과 함께 불교학생회에서의 길고 긴 1년은 끝이 났다. 이렇게 치열할 수 있을까 싶은 1년이었다. 운동권의 선봉에 선 여러 젊음들만큼이나 그들로부터 불교를 지켜내고자 했던 나의 젊음도 정말이지 치열했다.

 

방학을 했다. 집으로 왔다. 그런데 원주에는 또 한번 나를 몹시 아프게 하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성불회관의 불심사학생회 법회에서였다. 겨울, 아마도 그해의 마지막 법회쯤 되었을 거다. 어여쁜 후배들의 법회자리에는 최금한법사님과 함께 오랫만에 뵙는 안병호선생님(불심사 어린이법회 지도선생님이셨던)께서 계셨다. 최법사님의 설법에 이은 안병호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불교는 이제 낡은 종교입니다. 여러분은 이라는 책을 보셨나요? 서울에는 온통 의 열풍이랍니다. 더 이상 불교는 우리의 지향할 바가 아닙니다. 여러분도 을 공부하세요' 청천벽력이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바로 그 분, 나에게 처음으로 불교를 알려주신, 어린이법회부터 시작한 불자라는 자긍심을 내게 주신 안병호선생님을 통하여 내 귀를 때린 것이다. ~, 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저 분의 말씀에 옳지 않음을 말하랴! 이 선배가 지난 2학기에 불교학생회장이었노라고, 불교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수단화하려는 세력으로부터 불교를 지키기 위해 치열했노라고, 끝내는 지키기 위함으로 정진회를 창립하고 왔노라고. 그런데 고향에 와서, 그것도 어린이법회로부터 인연되어 모시는 안병호선생님으로부터 불교가 낡은종교라고, 더 이상 우리가 지켜가야할 믿음이 아니라고 하는 말씀을 부처님 앞에서 공개적으로 듣다니 내 업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어른에 대한 예우가 아무리 중요해도 내 후배들에게 불교는 낡은 종교가 아니라는 거,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올바른 믿음이라는 거를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서라고 분연한 심정으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안병호선생님은 자리에서 그저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날이 안병호선생님을 뵌 마지막 날이었다. 어려서부터 고맙게 모셔왔던 어른이 내 기억 속에서 변절자로 바뀐 그 날은 참 슬픈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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