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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스님 이야기

뻔한 이야기 ㅡ '중이 중2를 만나다니'

0 857 2017.08.20 20:25

대불련 동문회 제15차 전국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의미있는 행사였습니다. 그리고 행사의 끝은 강화도 전등사 참배였습니다.

 

부산지부 법우님들과 함께한 버스로 행사장에서 전등사로 이동하였는데, 하필(?) 옆 자리에 중2 남학생이 앉았습니다. 중이 중2를 만나다니 운명적 사건의 전개가 눈 앞에 있는 듯 합니다. 

 

게임을 하는 중2에게 중이 말을 걸었습니다. ㅡ "게임 재미있니?" "네"하는 중2 옆에서 엄마가 뭐라 하시니 중2가 게임을 끝냅니다. 이제 중이 중2에게 한 마디 아니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친 겁니다.

 

"공부하기 힘들지, 재미 없고?" 멋 없이 쳐다보는 중2에게 다시 말합니다. "열다섯이겠네. 자네 생각에는 지난 십오 년이 어땠어, 빨리 간 거 같아 아니면 너무 느린 거 같아?" "빨리 간 거 같아요."

 

다복하고 풍요로운 집 아이인가 봅니다. 그 나이 때 저는 빨리 어른 되어 가난과 열등에서 벗어나고픔에 세월이 늦음을 한탄했던 기억인데 말입니다.

 

[참고] 다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다가 죽은 뒤에 하늘에 태어나는 법

          ☞ http://cafe.naver.com/happybupdang/11864


"그래. 칠십 팔십되신 노인분들께 여쭤보아도 똑 같이 빨리 갔다고들 하신단다. 자네에게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도 그렇게 빠르다는 얘기겠지? 고등학생 되고 대학생 되는 것도 빠르고, 장가가고 아빠되는 것도 빠르단다. 부처님은 과거보다도 미래보다도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빨리 가버린 과거 위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를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이란다. 힘들고 재미 없어도 지금 자네에게 주어진 삶의 과정이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 때문에 어른들은 한결 같이 공부하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는 거란다. 싫다고만 받아들이지는 않아야 할 거야. 빨리 왔다 빨리 가는 인생 가운데 그것이 지금의 자네에게 주어진 역할이고, 그 역할을 긍적적 능동적 적극적으로 감당해낼 때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가 후회스럽지 않기 때문이란다. 좋은 대학에 가고, 장가도 잘 가고 더욱이 좋은 아빠까지 되려면 지금 해야하는 일에 충실해야 하는 거란다. 시간은 빨리 간단다. 전혀 기다려 주지 않으면서..."

 

[참고] 재가제자의 모범적인 삶 ㅡ 정당한 방법에 최선의 노력을 얹어서 부자되는 것

                                      → 공덕행을 통해 복을 만듬.

 

착한 중2인가 봅니다. 할 말 마친 제가 게임 마저 하라 하니 엄마가 그만하라신다며 조용히 머뭅니다. 말을 들을 준비가 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특한 중2!

 

그런데 말을 마치고 나니 '누구나 하는 뻔한 그 얘기를 나도 하였구나!'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ㅡ '요즘 대세인 치유[healing]을 수반하는 멋진 이야기로 아이를 기쁘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결국 이런 방법으로 스스로를 달래 봅니다.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세상에서 현자(賢者)들이 없다고 동의하는 것은 부처님도 역시 없다고 말하고, 세상에서 현자들이 있다고 동의하는 것은 부처님도 역시 있다고 말하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뻔한 이야기라도 우리 사회가 동의하고 아이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나도 그들처럼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은 옳다.'라는 생각인 것입니다.

 

엄마 따라 부처님을 만나는 자리에 함께한 중2에게 부족한 중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정말로 그렇게 지금을 살 수 있다면 그에게 도움될 것입니다.

 

해피[解彼 & happy] 하시기 바랍니다! 

 

 

pupphasuttaṃ (SN 22.94)[꽃 경]
 
“nāhaṃ, bhikkhave, lokena vivadāmi, lokova mayā vivadati. na, bhikkhave, dhammavādī kenaci lokasmiṃ vivadati. yaṃ, bhikkhave, n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natthī’ti vadāmi. yaṃ, bhikkhave, 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atthī’ti vadāmi”.
 
"비구들이여, 나는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 단지 세상이 나와 다툴 뿐이다. 비구들이여, 법을 말하는 자는 세상에서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세상에서 현자들이 없다고 동의하는 것을 나도 역시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현자들이 있다고 동의하는 것을 나도 역시 있다고 말한다."
 
“kiñca, bhikkhave, n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yamahaṃ ‘natthī’ti vadāmi? rūpaṃ, bhikkhave, niccaṃ dhuvaṃ sassataṃ avipariṇāmadhammaṃ n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natthī’ti vadāmi. vedanā... saññā... saṅkhārā... viññāṇaṃ niccaṃ dhuvaṃ sassataṃ avipariṇāmadhammaṃ n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natthī’ti vadāmi. idaṃ kho, bhikkhave, n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natthī’ti vadāmi”.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세상에서 현자들이 없다고 동의하고 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비구들이여, 현자들은 상()하고 지속되고 불변이고 변하지 않는 것인 색()은 없다고 동의하고 나도 그것은 없다고 말한다. () ... () ... () ... ()하고 지속되고 불변이고 변하지 않는 것인 식()은 없다고 동의하고 나도 그것은 없다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세상에서 현자들이 없다고 동의하고 나도 그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kiñca, bhikkhave, 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yamahaṃ ‘atthī’ti vadāmi? rūpaṃ, bhikkhave, aniccaṃ dukkhaṃ vipariṇāmadhammaṃ 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atthī’ti vadāmi. vedanā aniccā ... pe ... viññāṇaṃ aniccaṃ dukkhaṃ vipariṇāmadhammaṃ 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atthī’ti vadāmi. idaṃ kho, bhikkhave, atthisammataṃ loke paṇḍitānaṃ; ahampi taṃ ‘atthī’ti vadāmi”.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세상에서 현자들이 있다고 동의하고 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비구들이여, 현자들은 무상(無常)하고 불만족스럽고 변하는 것인 색()은 있다고 동의하고 나도 그것은 있다고 말한다. () ... () ... () ... 무상(無常)하고 불만족스럽고 변하는 것인 식()은 있다고 동의하고 나도 그것은 있다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세상에서 현자들이 있다고 동의하고 나도 그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atthi, bhikkhave, loke lokadhammo, taṃ tathāgato abhisambujjhati abhisameti; abhisambujjhitvā abhisametvā taṃ ācikkhati deseti paññapeti paṭṭhapeti vivarati vibhajati uttānīkaroti.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세상의 법이 있다. 여래(如來)는 그것을 깨달았고 실현하였다. 깨닫고 실현한 뒤에 그것을 공표하고, 전달하고, 선언하고, 시작하고, 드러내고, 분석하고, 해설한다.
 
“kiñca, bhikkhave, loke lokadhammo, taṃ tathāgato abhisambujjhati abhisameti, abhisambujjhitvā abhisametvā ācikkhati deseti paññapeti paṭṭhapeti vivarati vibhajati uttānīkaroti? rūpaṃ, bhikkhave, loke lokadhammo taṃ tathāgato abhisambujjhati abhisameti. abhisambujjhitvā abhisametvā ācikkhati deseti paññapeti paṭṭhapeti vivarati vibhajati uttānīkaroti.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세상에 있는 세상의 법이어서 여래(如來)는 그것을 깨달았고 실현하였고, 깨닫고 실현한 뒤에 그것을 공표하고, 전달하고, 선언하고, 시작하고, 드러내고, 분석하고, 해설하는가? 비구들이여, ()은 세상에 있는 세상의 법이어서 여래(如來)는 그것을 깨달았고 실현하였고, 깨닫고 실현한 뒤에 그것을 공표하고, 전달하고, 선언하고, 시작하고, 드러내고, 분석하고, 해설한다.
 
“yo, bhikkhave, tathāgatena evaṃ ācikkhiyamāne desiyamāne paññapiyamāne paṭṭhapiyamāne vivariyamāne vibhajiyamāne uttānīkariyamāne na jānāti na passati tamahaṃ, bhikkhave, bālaṃ puthujjanaṃ andhaṃ acakkhukaṃ ajānantaṃ apassantaṃ kinti karomi! vedanā, bhikkhave, loke lokadhammo ... pe ... saññā, bhikkhave... saṅkhārā, bhikkhave... viññāṇaṃ, bhikkhave, loke lokadhammo taṃ tathāgato abhisambujjhati abhisameti. abhisambujjhitvā abhisametvā ācikkhati deseti paññapeti paṭṭhapeti vivarati vibhajati uttānīkaroti.
 
비구들이여, 여래가 이렇게 공표하고, 전달하고, 선언하고, 시작하고, 드러내고, 분석하고, 해설했는데도 불구하고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 어리석고 눈이 없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자에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비구들이여, ()는 세상에 있는 세상의 법이어서 ... 비구들이여, ()... 비구들이여, ()... 비구들이여, ()은 세상에 있는 세상의 법이어서 여래(如來)는 그것을 깨달았고 실현하였고, 깨닫고 실현한 뒤에 그것을 공표하고, 전달하고, 선언하고, 시작하고, 드러내고, 분석하고, 해설한다.
 
“yo, bhikkhave, tathāgatena evaṃ ācikkhiyamāne desiyamāne paññapiyamāne paṭṭhapiyamāne vivariyamāne vibhajiyamāne uttānīkariyamāne na jānāti na passati tamahaṃ, bhikkhave, bālaṃ puthujjanaṃ andhaṃ acakkhukaṃ ajānantaṃ apassantaṃ kinti karomi!
 
비구들이여, 여래가 이렇게 공표하고, 전달하고, 선언하고, 시작하고, 드러내고, 분석하고, 해설했는데도 불구하고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 어리석고 눈이 없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자에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seyyathāpi, bhikkhave, uppalaṃ vā padumaṃ vā puṇḍarīkaṃ vā udake jātaṃ udake saṃvaḍḍhaṃ udakā accuggamma ṭhāti anupalittaṃ udakena; evameva kho, bhikkhave, tathāgato loke jāto loke saṃvaḍḍho lokaṃ abhibhuyya viharati anupalitto lokenā”ti.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청련(靑蓮)이나 홍련(紅蓮)이나 백련(白蓮)이 물에서 생겨서 물에서 자라지만 물을 벗어나서 물에 젖지 않고 피어 있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여래는 세상에서 태어나서 세상에서 자랐지만 세상을 지배한 뒤 세상에 젖지 않고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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