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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有)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2

고요2 0 246 2018.09.15 11:32

 며칠 뒤 김곤이는 다시 법사님을 찾아가 욕계, 색계, 무색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법사님은 욕계란 우리가 일상에서 이야기하거나 옛 이야기에 전해 내려오는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누가 지옥에도 태어나고 짐승으로도 태어나고 아귀로도 태어나고 인간으로도 태어나고 하늘 세상에도 태어나는 이런 세계가 욕계라고 했습니다. 색계는 수행자가 삼매에 들어 욕계의 마음을 벗어나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거기에는 초선, 제이선, 제삼선, 제사선의 증득과 대응하는 세상이 있다고 했습니다. 무색계는 색계가 딛고 있는 물질(色)에 대한 상(想)을 넘어선 곳으로 역시 삼매(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를 증득한 수행자가 알 수 있는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법사님의 설명을 듣고 김곤이는 욕계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색계와 무색계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욕계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기로 하고, 색계와 무색계의 존재는 모르는 채로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김곤이는 생각했습니다. ‘욕계는 <지옥, 축생, 아귀, 인간, 천상>을 포함한 영역인데, 지금 눈으로 보아 알 수 있는 것은 인간과 축생뿐이다. 그럼 인간에서 존재란 무엇일까? 그것은 김철수, 홍길동과 같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김철수와 홍길동 같은 존재(사람)가 있으면 → (내생에) 태어남이 있다>고 하면 될까? 아니, 안 된다. 무엇이 빠졌다. 다른 내용이 더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며칠 뒤 김곤이는 다시 법사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법사님이 경전을 읽어주었습니다. “.,.. 도반들이여, 세 가지 존재가 있나니 욕계의 존재[욕유(慾有)], 색계의 존재[색유(色有)], 무색계의 존재[무색유(無色有)]입니다. ...” (M9)

이어서 다른 경도 읽어주었습니다. 존재 경(A3:76) : 그때 아난다 존자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존재(有), 존재'라고 말합니다. 세존이시여, 도대체 어떻게 존재가 있게 됩니까?“


 "아난다여, 욕계(慾界)의 보(報)를 가져오는 업(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욕계의 존재를 천명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다여, 이처럼 업은 들판이고 식은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 중생들은 무명의 장애로 덮이고 갈애의 족쇄에 계박되어 저열한 [욕]계에 식을 머물게 한다. 이와 같이 내생에 다시 존재[재유(再有)]하게 된다. 아난다여, 이런 것이 존재이다.“ (이어서 색계, 무색계에 대한 내용도 읽어줌, 그 내용은 생략함) "

 

김곤이는 법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내내 저 경의 말씀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중생이 무명으로 덮이고 갈애에 묶여 욕계의 마음으로 행위 하면 저열한 욕계(또는 중간의 색계, 또는 수승한 무색계)에 식(識)을 머물게 하는데, 그러면 다시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유(有)다.’ 과연 이 말씀이 무슨 뜻일까? 그러다가 목숨을 마쳤습니다.

 

공민왕이 즉위하면서(1351) 반원 자주 정책을 실시하여 나라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왕은 몽골풍의 복장과 변발을 버리고 백성들에게 고려의 옛 풍습을 따르게 했습니다. 기철 등 친원파를 제거하고, 정동행성의 이문소를 혁파하고, 고려의 관직을 황제국에 맞게 복원했습니다. 또 왕은 원나라의 천호직(千戶職)을 세습한 이자춘을 은밀히 불러 고려로 전향하게 하고 쌍성총관부를 공격할 때 안에서 내응하도록 하여 이 땅을 되찾았습니다. 이 공으로 이자춘은 대중대부사복경(大中大夫司僕卿)이 되고 저택을 하사받아 개경(開京)에 머물렀습니다. (이후 이자춘은 동북면의 안정을 위해 삭방도만호 겸 병마사(朔方道萬戶兼兵馬使)로 임명되어 영흥(永興)으로 돌아갔으나 4년 만에 병사했고, 그 뒤 아들 이성계가 직위를 세습하고 동북면에서 토착적 기반을 잡았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

 

공민왕은 편조를 등용했고, 편조는 이름을 신돈으로 고치면서 여러 가지 개혁을 했습니다. 그는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하여 권문세족이 불법적으로 빼앗은 토지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게 하고, 억울하게 노비가 된 양민들을 원래 신분으로 돌아가게 해주었습니다. 7살 난 이곤이(李困而)의 아버지도 토지를 돌려받고 양민으로 돌아왔습니다. 함께 양민으로 환속한 사람들은 ‘고려 땅에 성인이 났다’며 신돈의 정책을 환영했습니다. 이웃 마을에는 신돈의 휘하에서 일하던 이인임이라는 벼슬아치가 살았습니다. 

 

자라면서 이곤이는 아버지를 따라 ○○사에 가곤 했습니다. 예불이 끝나면 아버지 곁에 앉아서 스님들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불교 교리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이곤이가 30대 초반이었을 때 새로 오신 법사님이 설법을 했습니다. 법사님이 무명을 조건으로 행이 있고, 행을 조건으로 식이 있고, ... 유(有)를 조건으로 생(生)이 있고, 생을 조건으로 노사와 수비고우뇌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곤이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특히 ‘유를 조건으로 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오고 눈물이 났습니다.

 

이윽고 법사님이 말했습니다. “... 중생이 업을 지으면 식이 머뭅니다. 어떤 행위를 지었는가에 따라 식은 욕계에도 머물고 색계에도 머물고 무색계에도 머뭅니다. 식이 머물면 명색이 참여하여 오온이 됩니다. 그 오온을 나의 것(나, 나의 자아)으로 붙잡으면(집착하면) 오취온이 됩니다. 이것은 그가 다시 존재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런 존재 상태(有)가 있으면 내생에 태어남(生)이 있게 됩니다.”

 

법사님이 경을 하나 읽어주었습니다. “비구들이여, 만약 단식(段食)에 대한 … 만약 촉식(觸食)에 대한 … 만약 의사식(意思食)에 대한 … 비구들이여, 만약 식식(識食)에 대한 탐(貪)이 있고 난디가 있고 갈애가 있으면 그때 식(識)의 머묾과 증대가 있다. 식(識)의 머묾과 증대가 있을 때 명색(名色)의 참여가 있다. 명색(名色)의 참여가 있을 때 행(行)의 증장이 있다. 행(行)의 증장이 있을 때 미래에 다시 존재가 되어 태어남이 있다. 미래에 다시 존재가 되어 태어남이 있을 때 미래의 생(生)과 노사(老死)가 있다. 미래의 생(生)과 노사(老死)가 있을 때, 비구들이여, 슬픔과 함께하고 고뇌와 함께하고 절망과 함께하는 그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 (S12;64)

 

이곤이는 집에 돌아와서 예전에 ‘업은 들판이고 식은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라고 들은 것과 함께 그 뜻을 생각했습니다. ‘누가 욕계의 하늘 사람처럼 행위하고 말하고 마음 쓰면 (그렇게 업을 지으면) 그의 식(識)은 욕계의 천상에 뿌려지고, 그런데 중생은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묶여 있다고 하니, 그는 욕계 천상의 색성향미촉법을 즐거워하면서 천상에 대한 식을 키워나가겠구나. 이렇게 천상의 업을 짓고 갈애로 식에게 수분을 주면 식이 머물고 증장하여 그의 식은 욕계 천상에 머무는구나. 다른 곳(지옥, 축생, 아귀의 영역)으로는 씨앗이 뿌려지지 않고 천상이라는 들판에서 식이 머물고 증대하여 열매를 맺게 되는구나. 이렇게 해서 내생에는 천상에서 다시 존재하게 되고, 이런 것이 유(有, 바와)라고 하는 것이구나.’ 하고 추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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