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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有)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3

고요2 0 230 2018.09.15 11:37

 이곤이(李困而)는 “업은 들판이고 식은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는 말씀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욕계의 마음으로 행위를 하느냐, 색계의 마음으로 행위를 하느냐, 무색계의 마음으로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업은 욕계, 색계, 무색계 중에서 어떤 하나의 밭을 결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삼계 중에 어느 한 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식은 다른 데 가지 않고 그 밭에 씨앗으로 뿌려져 머물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누가 천상의 행위를 한다면 그의 식은 천상과 관련된 것이겠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천상이라는 밭과 거기에서 자랄 씨앗이 뿌려질 것 같습니다. 뿌려진 씨앗은 천상의 모습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과 법들에 더 가까이가고 즐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씨앗은 확고하게 머물러 자라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식이 머물고 증대하면 명색이 참여한다.”는 말씀도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명색은 ‘색, 수, 상, 사, 촉, 작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머물고 증대한 식에 명색이 참여하면 식과 명색은 서로 조건이 되어 오온이 된다고 했습니다. (욕계, 색계, 무색계에 식이 머물고 증대했으면 깨달은 분이 아닐 테니, 그런 경우는 오온이 아니고 오온에 집착함이 있는 오취온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식과 명색이 서로 조건이 되어 오온(오취온)이 되면 새로운 존재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존재는 어느 정도의 오염 상태인가에 따라 욕계의 존재(욕유), 색계의 존재(색유), 무색계의 존재(무색유)가 됩니다. 그래서 ‘업을 짓고 → 식이 뿌려지고(그 업을 기억하고) → 그리고 그 업을 일으키는 색성향미촉법을 계속 갈애하면 → 그 뿌려진 식이 머물고 증대하고 → 그러면 명색이 참여하고, → 그러면 오온이 되어 (그의 오염 정도에 따라) 욕계의 존재나 색계의 존재나 무색계의 존재가 되는데’, 이것이 유(有)라고 이곤이는 생각했습니다.

 

어느 덧 이곤이가 30대 후반이 되었습니다. 나라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앞서 공민왕이 권세를 부리던 기씨 일족을 죽였는데, 뒤에 기황후는 원 황제로 하여금 공민왕을 폐하고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발표하게 했으며, 일만의 군사로 국경을 침입하게 했습니다. 이에 고려는 몇 번 패하다가 최영과 이성계로 하여금 덕흥군 군대를 막게 하여 물리쳤습니다. 1374년 공민왕이 시해되자 태후는 범인을 찾게 했고, 이인임이 조사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벼슬이 점점 높아진 이인임은 우왕을 왕위에 올렸고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이인임이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자 최영이 이성계와 함께 이인임 일파를 제거했습니다.

 

이후 명이 철령 이북 지역을 요구하자 우왕과 최영은 요동 정벌을 계획했고, 이성계는 4불가론을 내세우며 반대했습니다. 그러다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최영을 제거하고 우왕을 페하고 창왕을 세웠습니다. 최영의 조카가 이성계 암살과 우왕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죽고, 이 일을 계기로 폐가입진(廢假立眞)이라는 명분으로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세웠습니다.
공양왕은 즉위하자마자 이성계 일파로부터 우왕과 창왕을 사사하라는 압력을 받아 두 왕을 사사했습니다. 1390년 무관 윤이와 이초가 명나라 조정에 가서 ‘고려 국왕 왕요(공양왕)는 종실이 아니고 이성계의 친척이고, 이성계는 이인임의 아들’이라고 거짓으로 고했습니다. 이 일로 명나라에서는 이성계의 조상을 이인임으로 명의 ‘태조실록’과 ‘대전회통’에 기록해놓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선에서는 사신을 보내 이것을 고쳐달라고 했지만 명나라에서는 잘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선조 때 고침, 종계변무(宗系辨誣)) 1392년 정도전 등이 왕대비 안씨에게 공양왕의 폐위와 이성계의 옹립을 명하는 교지를 받아 이성계가 고려국왕에 올랐습니다. 뒤에 국호를 조선이라 하고, 1394년에 한양으로 수도를 옮겼습니다. 폐위된 공양왕은 유배되었다가 교살되었습니다(1394). (인터넷 등에서 검색)

 

어느 날 이곤이가 길을 나서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길목에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답을 아는 사람은 서슴없이 대답해 보시라고, 만약 답을 맞힌다면 ○○대군의 식객으로 삼겠다며 깃발에 써 놓은 문제를 읽었습니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몇몇 선비들이 나서서 자신이 생각한 답을 말했습니다. 누구는 “부모로부터 와서 흙속으로 갑니다.”고 했고, 누구는 “하늘과 땅으로부터 와서 다시 하늘과 땅으로 돌아갑니다.”고 했고, 누구는 “이전에 지은 업으로 태어나서 죽어서는 거기에 맞는 세상으로 갑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이, ‘그 부모는 어디서 왔고 흙속으로 가면 어떻게 됩니까?’고 되묻고, ‘하늘과 땅이 왜 그대를 여기 이 땅에 오도록 했고 갈 때 하늘과 땅의 어느 장소로 갑니까?’고 되묻고, ‘어떤 업을 지어서 여기에 왔고 나중에 가게 되는 세상은 어떤 곳입니까?’고 되물었습니다. 선비들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했습니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집에서 와서 집으로 가요.”하면서 웃고 달아났습니다.

 

이곤이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아, 이것은 무엇이 있기 때문에 태어남이 있고, 무엇을 조건으로 하여 태어남이 있는가? 하는 것과 유사한 물음이구나.’ 그래서 이곤이는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차근차근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앞으로 나서서 말했습니다. “여기에 성인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참사람의 가르침에 익숙하지 않은 어떤 농부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는 가족과 생활하고 들판에서 일하고 이웃 사람들과 만나면서 많은 업을 짓습니다(행위를 합니다). 제가 배우기로는, 범부가 업을 짓고 나면 그에게는 상(想)이 잠재하고 식(識)이 머뭅니다. 어디에 머무는가 하면 ‘색, 수, 상, 행, 식’이라는 다섯 가지 무더기(오온)에 식이 새로 쌓입니다(머뭅니다). 김철수가 업을 지을 때마다(의도를 가지고 행위 할 때마다) 그의 식은 이전의 오온에 쌓이면서 머뭅니다. 그렇게 식이 머물고 증대하면 명색(名色)이 참여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오온이 되며 배우지 못한 범부는 이 오온에 집착하여 ‘자기 자신’으로 살아갑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남이 있습니다. 나중에 늙어 죽으면 김철수는 한 평생 지은 업에 따라 삼계 중에서 그 업의 보(報)에 상응하는 세상에 다시 태어납니다. 이렇게 그는 와서 이렇게 그는 갑니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했고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이윽고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이 말했습니다. “방금 하신 말씀을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들려주실 수 있겠는지요?” 이곤이는 그렇게 해보겠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는 ‘업은 들판이고 식은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는 가르침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농부인 김철수는 들이나 밭에서 일합니다. 그때는 산이나 바다로 가지 않고 들판에서 일하고 그의 마음도 들판에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도 농사일을 생각하면서 마음은 들판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의 식(識)은 들판에 머뭅니다. 범부가 어떤 행위를 하고 나면 식이 머문다고 합니다. 농부인 김철수는 농사를 잘 지어 부모님을 봉양하고 아내를 부양하고 자식을 잘 기르려는 열망(갈애)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비유하면 씨앗이 잘 자라도록 제때에 물을 대며 열심히 돌봅니다. 그러면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나중에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데 씨앗이 뿌려지지 않거나(식의 머묾이 없거나) 씨만 뿌려놓고 제때에 물을 주지 않으면 그 씨앗은 말라 죽고 맙니다. 그래서 누가 어느 세상에 태어남이 있으려면 ‘업 위에 식이 머물고 갈애가 더해진’ 미래의 존재(유(有), 바와)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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