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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愛)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2

고요2 0 243 2018.10.06 07:19

 김학이가 이사한 집은 어느 양반이 쓰던 집이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니 행랑채가 있었고, 곁에는 광이 있었습니다. 가운데에는 사랑채가 있고, 사랑채 뒤에는 중문을 두고 안채가 있었습니다. 안채에는 안방과 대청마루와 건넌방이 있었습니다. 김학이는 사랑채의 사랑방에서 지내겠다며 다래에게는 안채를 쓰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논밭을 소작하는 농민 몇 사람이 인사하러 왔고, 다래는 수고하신다며 떡과 음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다래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머뭇거리자 김학이가 아씨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습니다. 오후에 다래가 아씨는 너무나 과분하여 받을 수 없다고 하니 김학이가 그동안 내 목숨을 수없이 구해주었는데 오히려 약소하다면서 그리 아시라며 어제부터 존댓말을 사용했습니다.

 

며칠 뒤 ☆☆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분은 어릴 때부터 자주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하여 부모님이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불이과(不貳過)를 패에 새겨 허리에 차게 했는데, 선생은 여기서 한 글자를 빼어 이과(貳過)를 자신의 호로 삼았고, 점점 학식과 행실이 모범이 될 만하여지자 사람들은 그분을 이과 선생으로 불렸습니다. 이과 선생은 제자들에게 김학이를 소개했고 제자들은 새 벗이 생겼다며 환영했습니다. 다음날부터 김학이는 이과 선생님으로부터 소학을 다시 배웠습니다. 예전에 배웠던 내용에 새로운 의미가 더 새겨졌고, 새 벗들과 토론하는 일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승이 스승님을 찾아왔습니다. 두 분은 잘 아시는 사이인 것 같았습니다. 환담을 하시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신 후 이과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노스님이 ‘애(愛)를 조건으로 취(取)가 있다’면서 제자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무엇이 있을 때 취(取, 취착, 집착)가 있으며 무엇을 조건으로 하여 취가 있습니까?” 그러자 벗들이 “애(愛, 갈애)가 있을 때 취가 있으며 애를 조건으로 하여 취가 있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노스님이 흡족해하며 계속 물었습니다. “갈애(愛)란 무엇입니까?” 벗들이 대답했습니다. “여섯 가지 갈애의 무리가 있습니다. 색(色)에 대한 갈애, 소리에 대한 갈애, 냄새에 대한 갈애, 맛에 대한 갈애, 감촉에 대한 갈애, 법(法, 담마)에 대한 갈애입니다. 이것을 일러 갈애라 합니다.” (이상 (S12:4), (S12:2) 참조) 이에 노스님이 각자 그 예를 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벗1이 말했습니다. “형상에 대한 갈애란 눈에 보이는 아룸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형상들에 대해 갈애를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어여쁜 처자를 보기를 탐하고 즐기거나 여인들이 춤추는 것을 보기를 탐하고 즐기거나 크고 화려한 집을 좋아하고 즐기거나 좋은 옷을 탐하고 즐기거나 멋진 보물이나 진귀한 물품들을 좋아하고 즐기거나, ... 하여튼 눈에 보이는 아룸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형상들에 대해 탐하고 즐기는 마음이 색(色)에 대한 갈애입니다.”


벗2가 말했습니다. “소리에 대한 갈애란 귀에 들리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소리들에 대한 갈애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여인의 말이나 웃음 소리를 탐하고 즐기거나 악기 연주나 기녀의 노래 소리를 탐하고 즐기거나 새소리를 탐하고 즐기거나 맑고 청아한 소리들을 탐하고 즐기거나, ... 하여튼 귀에 들리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소리에 대해 탐하고 즐기는 마음을 소리에 대한 갈애라고 합니다.”

 

벗3이 말했습니다. “냄새에 대한 갈애란 코로 맡아지는 냄새에 대해 탐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향긋한 음식 냄새를 탐하고 즐기거나 미묘한 향수나 꽃향기를 탐하고 즐기거나 기타 흡족한 냄새들에 대해 탐하고 즐기는 마음이 냄새에 대한 갈애입니다.
벗4가 말했습니다. “맛에 대한 갈애란 혀로 맛본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른 맛에 대해 탐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맛있는 음식을 탐하고 즐기거나 기타 감미롭고 마음에 드는 맛에 대해 탐하고 즐기는 마음이 맛에 대한 갈애입니다. 맛에 대한 갈애가 심하면 초상집에 가서 본분을 잃어버리고 국을 두 그릇, 세 그릇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벗5가 말했습니다. “감촉에 대한 갈애란 몸에 닿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감촉을 탐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예를 즐면, 부드러운 촉감의 옷을 탐하고 즐기거나 따뜻한 목욕물의 촉감을 탐하고 즐기거나 기타 몸에 닿는 사랑스런 감촉을 탐하고 즐기는 마음이 감촉에 대한 갈애입니다.”

 

이제 김학이 차례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만난 노인분이 들려준 ‘애를 조건으로 취가 있다’는 말씀의 뜻을 틈틈이 생각해왔는데 오늘 거기에 대해 말하게 되다니 참 공교로웠습니다. “법에 대한 갈애란 마음에 떠오르거나 사유하는 것들 중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것들을 탐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예쁜 처자와 한 평생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면서 마음으로 탐하고 즐기거나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면서 그런 사유를 탐하고 즐기거나 친구 • 사제 • 부자 사이에서 각각 바른 관계를 사유하며 그런 것을 탐하고 즐기거나 ... 하여튼 마음에서 떠오르거나 사유하는(한) 것들을 탐하고 즐기는 마음이 법에 대한 갈애입니다. 여섯 가지 갈애 중에서 지금 현재 눈 귀 코 혀 몸의 감각기관을 직접 통하지 않고, 마음이라는 토대를 통해서 마음에 드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법(法, 담마)들에 대해서 지금 갈애를 일으킨다면 그것을 법에 대한 갈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법(法, 담마)이란 눈, 귀, 코, 혀, 몸의 감각기관의 문을 통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통해 나타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노스님이 기쁜 표정으로 모두 훌륭한 대답을 해주셨다며 제자들에게 한 말씀 더 하시기를, 특히 저자거리를 다닐 때는 감관의 문을 잘 지키시라고 했습니다. 노스님이 스승님과 작별 인사를 건넸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김학이가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다래는 잘 대답하셨다고 한 후, 잠시 머뭇거리다가 감관의 문을 지킨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김학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잘 모르겠다며 아신다면 좀 들려달라고 했습니다. 

 

다래가 말했습니다. “여기 누가 있다고 해볼게요. 그 사람은 눈으로 길에 떨어진 황금 덩어리 10개를 보았어요. 그러자 그에게는 여러 마음이 일어났어요. ‘주인이 찾으러 올 테니까 그냥 갈 길을 가자. 아니야, 보는 사람이 없으니 주워서 가져야겠다. 이것을 팔아서 집도 사고 장가도 가야지. 만약 누가 캐물으면 먼 친척이 재산을 물려주었다고 거짓말을 해야지. 아들이 태어나면 과거를 보게 해야겠다. 양반이 되면 좋겠는데, 권세가에게 뇌물을 바칠까? ...’ 그 사람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이것을 두고, 눈의 문을 통해서 여러 가지 마음이 일어난다고 해요. 이때 나쁜 마음도 많이 일어났어요. 눈의 문을 지킨다는 것은 눈으로 볼 때 그 본 것으로 인해 다른 나쁜 마음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낸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눈으로 볼 때 정신 차리고 있다가 나쁜 마음이 일어나려고 하면 바로 ’안 놰!‘ 하면서 나쁜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하는 것이 감관의 문을 지킨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성문이 있는데, 그 성문으로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데, 문지기가 도둑이나 강도는 못 들어오게 잘 지켜서 막듯이, 감관으로 감각할 때 나쁜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일어났다면 바로 떨쳐버리도록) 막아내고 지킨다는 뜻에서 감관의 문을 지킨다는 말은 감관의 기능을 보호한다는 말과도 통한다고 생각해요.” 김학이는 다래의 말을 듣고 무척 기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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