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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觸)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고요2 0 369 2018.10.27 12:35

 김현수는 느낌(受)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뒤돌아보았습니다. 누가 자신을 흉본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져서 소문낸 사람을 미워하기도 하고, 단짝 친구를 만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남이 환대해주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친절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누가 모욕을 주면 감정이 상해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이렇게 기분이 좋거나 나빠서 어떤 행동을 한 것은 모두 느낌을 반연한 것이었습니다. 즐거운 느낌이면 기분이 좋아서 긍정적이고 화합하는 경향이 되고, 괴로운 느낌이면 기분이 나빠져서 부정적이고 신경질적이고 참지 않는 경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거나 감정이 상하면 서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느낌을 반연하여 살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반연 : 원인을 도와서 결과를 맺게 함 (국어사전에서))

 

학기말 시험 기간이었습니다. 김현수가 벤치에 앉아 내일 시험 볼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두 사람이 옆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사람은 전임 강사였고 다른 한 사람은 대학 1년생이었는데, 부모님 안부도 묻고 하는 것을 보니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았습니다. 아마 그들은 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입니다. 학생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있기 때문에 느낌이 있습니까? 무엇을 조건으로 하여 느낌이 일어납니까?” 그러자 전임 강사분이 빙그레 웃으며 자신이 물을 테니 학생에게 한번 대답해보라고 했습니다.

 

전임 강사 : “○○은 언제 느낌이 일어나는가?”
학생 : “저는 눈으로 색을 볼 때, 귀로 소리를 들을 때, 코로 냄새 맡을 때, 혀로 맛을 볼 때,
       몸으로 감촉할 때, 마음으로 무엇을 생각하거나 떠오를 때 느낌이 일어납니다.”

 

전임 강사가 말했습니다. “눈으로 색(色)을 보면 안식이 생긴다고 해. 예를 들어 눈으로 저것을 보니 ‘비둘기’구나 하고 알게 되는데, ○○는 이때 느낌이 생긴다고 말하는구나. 그래 맞아. 우리가 눈으로 색을 보면 안식이 생기고, 귀로 소리를 들으면 이식이 생기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 비식이 생기고, 혀로 맛을 보면 설식이 생기고, 몸으로 감촉을 닿으면 신식이 생기고, 마노(意)로 법(法)을 인식하면 의식이 생겨. 그런데 여기서 어떤 규칙을 만들 수 있을까? 긴 문장을 좀 짧게 말할 수 있을까?”

 

김현수는 옆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듣다가 자신도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눈으로 저것을 보게 되니 비둘기라고 알게 되었고, 이때 괴로운 느낌이 일어나서 ‘먹이를 구하는 짐승의 노력이 안 되었구나’ 할 수도 있는데, 과연 이 문장을 어떤 규칙으로 말할 수 있을지 알쏭달쏭했습니다. 학생은 이리저리 궁리하면서 자신의 답을 말했고 그때마다 전임 강사는 다른 답을 말해보라면서 조금씩 힌트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학생이 대답했습니다. “닿으면 느낌이 일어납니다, 부딪히면 느낌이 일어납니다.” 
 
전임 강사는 그럼 닿을 때(부딪힐 때) 무엇과 무엇이 닿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학생은 눈과 색이, 귀와 소리가, 코와 냄새가, 혀와 맛이, 몸과 감촉이, 마노와 법이 닿는다고 했습니다. 이에 전임 강사는 닿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또 물었습니다. 학생은 눈이 색과 닿으면 안식이 생기고, 귀가 소리와 닿으면 이식이 생기고, 코가 맛에 닿으면 비식이 생기고, 혀가 맛에 닿으면 설식이 생기고, 몸이 감촉에 닿으면 신식이 생기고, 마노가 법을 인식하면 의식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전임 강사는 느낌이 일어나려면 닿고 나서 생긴 결과까지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분별하여 알고 나서야(식(識)이 일어나고 나서야) 즐거움인지 괴로움인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참 생각하다가 학생이 눈과 색과 안식이 다 있을 때 느낌이 일어난다고 대답했습니다. 귀와 소리와 이식이, 코와 맛과 비식이, 혀와 맛과 설식이, 몸과 촉과 신식이, 마노와 법과 의식이 각각 함께 있을 때 느낌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전임 강사는 바로 그것이라면서 ‘안과 색과 안식이 함께 한 것’을 촉(觸, 감각접촉)이라 한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눈으로 저 색을 보면 비둘기라는 안식이 생기는데, 이것은 동시에 일어나며, 이 현상을 부르는 말이 촉이라 한다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하기를, “눈과 색을 조건으로 안식이 일어난다. 이 셋이 화합한 것을 촉(觸)이라고 한다. 촉을 조건으로 느낌이 일어난다.” 고 했습니다.

 

김현수는 이 말을 듣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눈으로 볼 때 마음과 색이 닿는구나. 그러면 동시에 ‘비둘기다’하는 안식이 일어나는구나. 보았다고 하는 것은 ‘안’과 ‘색’과 ‘안식’이 동시에 있는 것을 말하는구나. 그래서 이 셋을 함께 포함하여 나타내는 말이 촉(觸, 감각접촉)이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눈이 저 색을 볼 때 눈이라는 물질과 저 색이라는 물질이 닿는다기보다는, 눈으로 볼 때 일어나는 마음과 저 색이 닿는다고 하는 점이겠구나.‘하고.

 

그렇다면 귀로 들을 때도 귀로 들을 때 일어나는 마음과 소리가 닿아서 이식이 생기고, 코로 냄새 맡을 때도 코로 냄새 맡을 때 일어나는 마음과 냄새가 닿고, 혀로 맛볼 때도 혀로 맛볼 때 일어나는 마음과 맛이 닿고, 몸으로 감촉할 때도 몸으로 감촉할 때 일어나는 마음과 감촉이 닿는다고 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노의 경우는 마노가 바로 마음이어서 따로 다른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그냥 마노의 역할을 하는 마음이 법과 닿아서 의식이 일어난다고 하면 되었습니다. 촉(觸, 감각접촉)은 바로 눈귀코혀몸이 대상을 각각 감각할 때, 일어나는 마음이 각각의 대상과 닿아서 생긴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이 각각 화합한 것이라고, 마노의 경우는 마노라는 마음이 법이라는 대상에 닿아서 의식이 생기는 것이라고 촉을 이해했습니다.

 

학생이 촉에 대해 다시 정의해 달라고 했습니다. 전임 강사가 경전을 인용하여 말했습니다. “비구들이여, 그럼 어떤 것이 촉(觸, 감각접촉)인가? 비구들이여, 여섯 가지 촉의 무리가 있나니, 색에 대한 촉, 소리에 대한 촉, 냄새에 대한 촉, 맛에 대한 촉, 감촉에 대한 촉, 법에 대한 촉이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촉(觸, 감각접촉)이라 한다.”

 

아, 김현수가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감각접촉(觸, 팟사)이, 동시에 일어난 안과 색과 안식이 화합한 현상을 말하는 것이니까, 색에 닿는 것을 아까는 눈이 볼 때 일어나는 마음이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그 마음도 색이라는 대상에 닿고 눈이라는 감각기관도 색이라는 대상에 닿는다고 보아야 맞을 것 같았습니다.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없으면 대상인 색 자체와 대면할 문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현수가 이렇게 각각의 대상과 닿는 것이 감각기관도 있고, 각각의 감각기관을 지나가는 마음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전임 강사는 학생에게 프린트한 것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대상을 접촉하기에 촉(觸, 감각접촉)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귀는 소리와 닿아서 이식이 일어나는데, 이 셋이 화합한 것(’귀 + 소리 + 이식(耳識)‘)은 동시에 일어납니다. 소리에 대한 촉을 조건으로 귀의 느낌이 일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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