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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고요2 0 363 2018.11.17 07:49

세 사람이 길을 떠났습니다. 사람1은 어릴 때부터 앉은뱅이라서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불행한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 날 ‘몸은 병들어도 마음은 병들지 않을 것이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병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2는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속여 재물을 빼앗아가고 자신의 약점을 찾아 매섭게 몰아붙이고 자신을 모함하여 위험에 빠뜨려서 세상 사람들이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속임과 욕설과 이간질이 없는 그런 곳으로 가기를 열망했습니다. 사람3은 젊었을 때 우연히 성자들의 말씀을 듣고는 세상과 자기 존재에 대해 알려고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정 선생’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여 함께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 선생은 이곳에서 학식이 가장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성자들의 가르침을 많이 알고 있어서 인근 군민들이 자주 방문하여 소소한 개인사를 말하여 해결책을 듣곤 했습니다. 세 사람은 귤과 떡을 조금 사서 정 선생에게 주었습니다. 정 선생은 고맙다며 자리를 권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람1이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직업을 가지고 가족을 부양하고 부모를 잘 모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 혼자의 고립된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회에서 화목하게 살지 못한 채 고립된 세상에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정 선생이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몸이 아파서 불행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삶이 매우 고통스럽겠지요. 참으로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에도 한 가지 희망은 있을 듯합니다. 저 옛날 신분 사회에서 불구인 사람들이나 은둔자 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낸 이들도 있는 듯합니다. 그들은 공자님의 도를 배웠거나 노자님의 도를 배웠거나 아니면 하늘의 이치를 깨우쳐 나름대로 세상의 근심을 잊어버리고 안심입명하며 살아간 듯합니다.”

 

그러면서 정 선생은 이제 세월이 흘러 우리는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단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 참으로 다양한 유용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몸이 편치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듣거나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는 행복에 이르는 길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도 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계를 지키고 보시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1이 기뻐하며 나날이 괴로움은 줄어들고 행복은 늘어나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묻자 정 선생은 오계와 보시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네 가지 거룩한 마음을 닦는 자비희사 사무량심을 공부 짓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사념처 수행이 있고 사마타-위빳사나 수행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2가 말했습니다. “저는 다른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저를 괴롭히고 힘들게 합니다. 책에 나오는 ‘서로 화합하고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는’ 행위를 서로 권하면서 살면 좋을 텐데 사람들은 저를 모질게 대합니다. 저는 이곳을 떠나 다른 좋은 세상에 가서 살고 싶습니다.”
정 선생이 말했습니다. “첫째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세상이지요. 사회나 국가나 세계의 모든 나라라는 이런 곳이 세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상은 어디를 가도 별로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둘째로 세상은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이라는 물질세상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빛(모양)들, 귀에 들리는 소리들, 코에 맡아지는 냄새들, 혀에 맛보아지는 맛들, 몸에 닿는 감촉들. 이런 것도 세상이라 한다 합니다. 이런 세상은 첫째 세상과 비슷하지만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셋째로 세상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합하여 세상이라고도 한다 합니다.”

 

처음에 사람2는 정 선생의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좀 생각해보겠다며 물러났습니다.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을 눈, 귀, 코, 혀, 몸, 마음(意, 마노)과 그에 대응하는 빛(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법(法, 담마)으로 보는 것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산다는 것은 바로 눈에 들고 사랑스럽고 좋은 빛(모양)들, 귀에 들고 사랑스럽고 좋은 소리들, 코에 들고 사랑스럽고 좋은 냄새들, 혀에 들고 사랑스럽고 좋은 맛들, 몸에 들고 사랑스럽고 좋은 감촉들, 마음(마노)에 들고 사랑스럽고 좋은 법들을 얻어 가지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과 세상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3이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세상의 끝을 말하곤 합니다. 세상의 끝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우리는 세상의 끝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
정 선생이 말했습니다. “세상은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로 말하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색계 삼매에 들어 욕계의 끝을 넘어서고, 무색계의 삼매에 들어 색계의 끝을 넘어서고, 상수멸에 들어 무색계의 끝을 넘어선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성자의 율에서는 보통 우리가 말하는 이 태양계나 저 우주를 세상이라고 논의하지는 않겠습니다. 우주는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는가 하는 것은 무기(無記)라서 그런 세상은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자의 율에서는 세상을 ‘색성향미촉’으로 논의하기도 하고,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을 합하여 세상이라고 논의하기도 합니다. 또는 세상을 ‘육내입처, 육외입처, 촉, 수’ 까지 합하여 말하기도 한다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세상이야말로 그 끝에 도달할 수 있다 한다 합니다.”

 

사람3은 생각했습니다.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 촉과 수’까지 세상이라고 하는 데는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눈으로 색을 보고 새로운 안식이 생겨나고 촉하여 느낌이 일어나는 이것이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인 것 같았습니다. 귀로 소리를 듣고 ..., 코로 냄새를 맡고 ..., 혀로 맛보고 ..., 몸으로 감촉하고 ..., 마노로 법을 인식하고 촉하여 느낌이 일어나는 이것이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배우지 못한 범부는 이런 세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눈으로 멋진 색(色)이라는 세상을 만나도 제행무상이라서 촉이 사라지면 느낌도 사라져서 세상이 사라져, 배우지 못한 범부는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묶여 또 다른 멋진 색(色)이라는 세상을 구하려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멋진 소리라는 세상을 만나도 ... 아무리 멋진 냄새라는 세상을 만나도 ... 아무리 멋진 맛의 세상을 만나도 ... 아무리 멋진 감촉의 세상을 만나도 ... 아무리 멋진 법의 세상을 만나도 제행무상이라서 그 세상은 촉이 사라지면 느낌도 사라지기 때문에 배우지 못한 범부는 또 다른 법이라는 세상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가 있어 더 이상 색(色)을 즐기지 않고 환영하지 않고 묶여있지 않으면 그에게는 욕탐에 묶인 색이라는 세상은 이제 점점 멀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와 같이 소리를, 냄새를, 맛을, 감촉을, 법을 더 이상 즐기지 않고 환영하지 않고 묶여 있지 않으면 그에게는 색성향미촉법이라는 세상은 점점 멀어질 것 같고, 그런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세상의 끝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3은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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