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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고요2 0 612 2018.12.01 07:47

그는 식(識)을 몰랐습니다. 여기 몸은 보고 만져서 알 수 있는데, 마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마치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고 있으면서 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다시 경전의 말씀을 읽어보았습니다. “물음 : 무엇이 있을 때 명색(名色)이 있으며 무엇을 조건으로 하여 명색이 있습니까? - 대답 : 식(識)이 있을 때 명색이 있으며 식을 조건으로 하여 명색이 있습니다.”(S12:4)


그는 다음 내용도 읽어보았습니다. “물음 : 십이연기에 말하는 식(識)은 무엇입니까? - 대답 :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알음알이(識)인가? 비구들이여, 여섯 가지 알음알이의 무리가 있나니 눈의 알음알이, 귀의 알음알이, 코의 알음알이, 혀의 알음알이, 몸의 알음알이, 마노의 알음알이이다. -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알음알이라 한다.”((S12:2), 초기불전연구원 번역) “대답 :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식(識)인가? 비구들이여, 여섯 가지 식(識)의 무리가 있나니 눈의 식[안식(眼識)], 귀의 식[이식(耳識)], 코의 식[비식(鼻識)], 혀의 식[설식(舌識)], 몸의 식[신식(身識)], 마노의 식[의식(意識)]이다. -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식(識)이라 한다.”((S12:2), 해피스님 번역)

 

그는 예전에 마음을 ‘심(心), 의(意), 식(識)’으로 분류한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업을 짓는 것은 의(意)와 관련되어 있고, 마음이 청정하거나 오염되는 것은 심(心)과 관련되어 있고, 마음이 분별하여 아는 것은 식(識)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그는 분별하여 아는(인식하는) 마음인 식(識)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눈으로 저기 버스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는 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버스를 보고 있는 분별하여 아는 마음(識)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게는 버스를 보고 분별하여 아는 식이 일어났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한번 말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이때 그는 ‘저것은 나무다.’고 하지 않고, ‘내게는 지금 나무를 보고 분별하여 아는 식이 일어났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저기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색(色)보다는 분별하여 아는 식에 집중하여 ‘내게 눈의 식이 일어났겠구나.’ 했습니다. 이렇게 그는 눈을 떠서 보게 되면 ‘저것을 보고 아는 것이 마음이겠구나.’ 하고 자꾸 생각했습니다. 

 

그는 귀로 소리를 들었습니다. ‘음악소리다.’고 말하기보다는 ‘소리를 분별하여 아는 마음, 귀의 식(識)이 일어났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귀로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소리를 분별하여 아는 마음, 귀의 식이 일어났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일은 시도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귀로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 신경 쓰고 끌려다닐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는 귀에 들리는 소리 대신에 ‘귀로 소리를 들어서 아는 마음인 귀의 식에 신경 쓰자’고 하면서 있었습니다. 아직도 식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는 점점 개념적으로나마 식을 알려고 해보았습니다. 
 
그는 코로 된장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는 평소처럼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나는구나.’ 하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코로 냄새를 맡아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코의 식이 일어났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코로 냄새를 맡지 않으면 코의 식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코로 저것(된장의 냄새)을 맡으니까 코의 식이 일어났던 것이었습니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눈의 식은 일어나지 않았고, 귀로 듣지 않으면 귀의 식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식을 개념적으로나마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찹쌀떡을 먹었습니다. 혀가 맛을 보자 맛이 좋았습니다. 평소라면 ‘야, 맛있다.’ 할 것을, 오늘은 ‘혀가 찹쌀떡을 맛보아서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혀의 식이 일어났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찹쌀떡이 맛있다는 ‘맛’에 감탄하지 않고, 맛을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혀의 식이 일어났겠구나 하면서 그 뜻을 생각하니 무엇인가 식이라는 것이 이렇게라도 개념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혀와 맛을 조건으로 하여 혀의 식이 생긴다’는 말씀을 참고하여, 그는 맛보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혀의 식이 찹쌀떡을 맛보아서 비로소 생겨났다고 자꾸자꾸 생각했습니다.

 

그는 팔에 얼음이 닿자 ‘아, 차가워라.’하고 소리 냈습니다. 그의 몸에 무엇이 닿자, 닿는 그것을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몸의 식이 일어났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는 차가움이라는 감촉에 주목하지 않고 닿는 것을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몸의 식에 신경 쓰기로 했습니다. ‘지금 내게는 몸의 식이 일어났겠구나, 평소에는 차가움이라는 감촉에 이끌려 움직였을 텐데, 지금은 감촉을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몸의 식을 주목하려고 한다.’ 하면서. 그는 경전에 나오는 어떤 비유에서 대상을 바꾸어 지금 여기 상황에 적용해보았습니다. 누가 앞니가 빠졌을 때 혼자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할 때는 앞니가 빠진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면 비로소 ‘아차, 앞니가 빠졌으니 손을 가려서 말해야지.’ 하면서 앞니 빠진 것을 의식하듯이, 그는 평소에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할 때 ‘눈, 귀, 코, 혀, 몸’의 식이 일어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것들이 분별하여 알게 된 ‘색, 성, 향, 미, 촉’에 대해서 신경 쓰고 이끌렸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가끔 마노의 대상인 법(法)들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허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는 마음속으로 분별하여 안 것들에 이끌리지 않으려고 단단히 마음먹었습니다. 그 대신 그는 마음(意, 마노)이 법을 분별하여 알 때, 그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마노의 식을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지금 마노(意)로 어떤 법(法)을 분별하여 알았습니다. 그것은 김철수와 만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김철수와 만난 일’을 계속해서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지금 나에게는 법을 분별하여 아는 마음인 마노의 식이 일어났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마노가 법을 분별하여 알지 않고 귀로 음악 소리를 듣고 있었다면 ‘김철수와 만난 일’이라는 법(法)을 분별하여 아는 마노의 식이 일어날 리가 없었습니다. 마음속에 어떤 것을 알 때마다 그는 ‘내게 지금 마노의 식이 일어났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개념적으로나마 ‘눈의 식, 귀의 식, 코의 식, 혀의 식, 몸의 식, 마노의 식’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앞니 빠진 비유를 가지고 추론해보았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몸이 항상 있듯이 마음도 항상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식은 색, 성, 향, 미, 촉, 법을 분별하여 알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 각각의 ‘색, 성, 향, 미, 촉, 법’에 압도당하고 이끌려서 식이 일어나는 것은 아예 신경도 안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식을 이해해 나갔습니다. 이제부터 그는 버스를 보면 ‘버스구나.’고 먼저 알고, 그 다음에는 ‘지금 나에게는 눈의 식이 일어났겠구나.’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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