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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無明)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고요2 0 398 2018.12.14 20:27

다성은 ‘그’로부터 들은 행(行)들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그럼 무엇이 있을 때 행(行)들이 있으며 무엇을 조건으로 하여 행들이 있는가?’하고 자문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경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무명이 있을 때 행들이 있으며 무명을 조건으로 하여 행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누가 1시간이 다 되었으니 대영웅을 뵈러 일어서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빙청 선인 일행은 그분이 계신다는 정사(精舍)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이 도착했을 때 거룩한 분, 그분께서는 법을 설하고 계셨습니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무명(無明)인가? 비구들이여, 괴로움[고(苦)]에 대한 무지(無知), 괴로움의 일어남[고집(苦集)]에 대한 무지, 괴로움의 소멸[고멸(苦滅)]에 대한 무지,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실천[고멸도(苦滅道)]에 대한 무지이다. -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무명이라 한다.” (S12:2)

 

거룩한 분의 설법이 끝나자 멀리서 온 사람들이 자신을 소개하기도 하고 합장하기도 하고 절하기도 하고 환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은 거룩한 분의 발아래에 예배드리고 물러나 앉았습니다. 그때 멀리서 학인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큰 고민거리를 해결하러 왔다면서 질문을 했습니다. (이하는 숫타니파타(전재성 박사님 번역)의 제5품 피안가는 길에 나오는 질문과 답변을 적절하게 변형하거나 첨가하여 인용했습니다.)

 

학인1 : “사악한 성품을 가진 자가 저희 스승에게 와서 저주를 했습니다.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7일 후에 그대에게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터져 버릴 것이오.’ 하고. 거룩한 분이시여, 머리와 머리를 떨어뜨리는 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거룩한 분 : “무명이 머리인 줄 알아야 합니다. 믿음과 사띠와 삼매, 그리고 이것들과 더불어 의욕과 정진을 갖춘 지혜가 머리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학인들은 감동하여 말했습니다. “저희들의 스승께서 제자들과 함께 환희하며 거룩한 분의 두 발에 예배드립니다.” 라고 자기 스승의 말을 전하면서 학인들은 거룩한 분의 두 발에 예배드렸습니다.
거룩한 분 : “그대들 스승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학인이여, 그대도 행복하기를 바라며 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이제 그대들에게 차례가 왔으니 갖가지 의문과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에 대하여 물으십시오.”

 

원만히 깨달은 분께 허락을 받았으므로 학인2가 앉아서 두 손을 모아 질문을 했습니다. “세상은 무엇으로 덮여 있습니까? 세상은 무엇 때문에 빛나지 않습니까? 세상을 더럽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상의 커다란 공포는 무엇입니까? 그것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거룩한 분 : 학인2여, 세상은 무명에 덮여 있습니다. 세상은 탐욕과 방일 때문에 빛나지 않습니다. 갈망이 더럽히는 것이며, 괴로움이 그 커다란 공포라고 나는 말합니다.“
 
계속해서 학인들이 질문했고 거룩한 그분께서는 물음에 따라 대답하셨습니다. 모든 질문이 끝나고 학인들은 저마다 원하는 대답을 듣고 기뻐하며 만족했습니다. 빙청 선인과 제자들과 칠지는 거룩한 분께 나아가 거룩한 분 아래서 배우고 싶다고 간청하여 마침내 구족계를 받고 정식으로 출가했습니다. 다성과 사람들은 불법승에 귀의하여 재가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계를 받고 앞으로 오계를 지키며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다성과 사람들은 빙청 선인과 제자들과 칠지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행(行)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준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무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무명은 번뇌와 서로 조건이 된다면서 인식 과정에서 생긴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눈으로 저 색(色)을 볼 때 느낌(受)도 생겨나는데, 우리는 그 느낌을 항상(常)하다고 잘못 알게 된다고 합니다. 느낌은 조건따라 생겨난 것인데, 그래서 조건이 소멸하면 느낌도 소멸하는데, 배우지 못한 어리석은 범부는 그 느낌을 번뇌의 개입(병든 상(想)의 참여)으로 잘못 보아서 항상하다고 여기게 된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렇게 느낌을 항상하다고 잘못 보는 것이 무명이고, 그 무명위에 탐도 생기고 진도 생긴다고 했습니다. 

 

문득 그가 다성을 돌아보며 일상에서 무명이 작용하는 경우를 한번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다성은 한참 생각하다가 일이 잘 될 때와 일이 잘못될 때로 나누어서 말했습니다. 어떤 일이 잘 되면(계속 성공해서 재물이 점점 불어나면 앞으로 이 일이 계속될(항상할) 것이라면셔 어떤 방비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실패하여 곤궁해졌을 때는 앞으로 재기할 수 없다며 이 상황이 항상될 것이라고 낙담하여 아무 것도 안 하는 경우에 무명이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동의해주었습니다. 보통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일이 잘 되면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고(항상할 것이라고) 무명이 작용하고, 또 일이 잘못 되어 실패하면 이제 이 실패가 항상할 것이라고 무명이 작용하기에, 많은 경우에 좋을 때는 유비무환을 하지 않고, 실패했을 때는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잘 될 때에도 무상하니까 방비를 하면 좋을 테고, 안 될 때도 이 상황은 무상하니까 자신의 최선을 다해 내일을 준비하면 좋을 텐데, 사람들은 무명에 덮여 무상(無常)을 보지 못하고 항상하다고 잘못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이 배운 식(識)의 특징 다섯 가지도 들려주었습니다. 식(識)이라는 마음을 다섯 분야로 확장하여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식은 무아(無我)다는 것이고, 둘째는 육계(六界, 지수화풍공식)라는 교리에 나타나는 식도 있고, 셋째는 인식과정에서 식(識)이 생겨나는 것이고(이때는 한 객관에 두 개의 주관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넷째는 심(心)이라고도 의(意)라고도 식(識)이라고도 불리는 이 마음이 심의식이라고 부를 때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하는 것이고(심 의  식이 각각 어느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는 차이이고), 다섯째는 M38에서 알려주시는 것처럼 식은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의 여섯 가지 식 말고는 없다는 것이라고, 그가 들려주었습니다.

 

마침내 그와도 사람들과도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성은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습니다. 흙길이 아스팔트길로 바뀌었고 동네 주위로 공장도 몇 개 들어서 있었습니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졌고 학생들도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활비가 없어 이웃에 빌리러 가는 일이 없어졌고 반찬도 된장, 김치뿐만 아니라 두부나 김도 가끔 사 먹는다고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가난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다성은 권 부자의 주선으로 일자리를 찾았고, 재가신자로서 그동안 배운 것을 실천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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