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1. 배우고 익히며

고요2 0 400 2019.03.27 14:18
이 글은 여기저기서 배우고 익힌 것을 섞어서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1. 몇 년 전부터 김향원(金鄕原愿은 학무동에서 촌학구(村學究)로 살아갔습니다. 어렸을 때 서당 훈장님으로부터 사자소학과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배웠기 때문에 50대인 그는 그럭저럭 학동을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내의 어떤 대학 한문학과 학생들과 지도교수가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가 김향원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요즘도 시골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곳이 있나 신기한 듯 찾아와서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화제는 유학의 내용으로 옮겨갔는데, 김향원은 대학교수의 말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막상 대면하여 한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대학교수의 말을 들어보니 김향원은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돌아간 후 김향원은 의기소침하여 먼 산만 바라보다가 문득 예전에 훈장님이 들려주신 말씀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子曰 鄕原은 德之賊也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향원은 덕의 적이다. 논어, 양화편 13장)

(촌학구 : ① 시골 글방의 스승. ② 학식이 좁고 고루한 사람의 비유).
(향원 :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망(信望)을 얻기 위하여 여론에 영합하는 사람.
      덕이 있다고 칭송을 받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국어사전에서)

어느 일요일 오전 김향원은 시내로 갔습니다. 시민명상교실에 등록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등록한 회원은 30여명이었습니다. 이윽고 강사님이 오셔서 명상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돌아가는데 30대의 한 회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걸음걸이가 편안하고 안정되었고 얼굴 모양은 장중하면서도 온화했습니다. 김향원은 단정하고 씩씩하고 어질고 지혜로울 것 같은 그에게 마음이 끌려 다가갔습니다. 김향원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잠시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지 묻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승낙했습니다. 그는 시내에서 회사를 다니는 양 대리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불교를 배워왔다고 했습니다. 김향원은 슈퍼에서 음료수를 2개를 사 왔습니다.

대화를 나누어보니 양 대리는 참으로 불교를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수행도 상당히 깊은 것 같았습니다. 비록 나이 차이가 20살이나 났지만 김향원은 양 대리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김향원은 마음먹기를 ‘비록 내가 광 같은 선비는 못 되어도 견 같은 선비는 되어야겠다.’ 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스스로를 향원밖에 되지 못했다고 낙담하며 지내오다가, 오늘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양 대리 같은 사람을 만났으니 감동한 것이었습니다. (검색 : 子曰 不得中行而與之인댄 必也狂狷乎인저 狂者는 進取요 狷者는 有所不爲也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중도(中道)의 선비를 얻어 함께 할 수 없다면 반드시 광자나 견자와 더불어 할 것이다.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 논어, 자로편 21장)

이야기가 끝나자 양 대리는 이것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하면서 복사한 종이를 하나 주었습니다. 숫타니파타, 파멸의 경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김향원은 감사를 표하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김향원은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나는 파멸의 문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하고.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 싸밧티 시의 제따바니에 있는 아나따 삔띠까 승원에 계셨다. 2. 그때 어떤 하늘 사람이 깊은 밤중에 아름다운 빛으로 제따바나를 두루 밝히며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와서 세존께 예배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섰다. 한쪽으로 물러서서 그 하늘 사람은 세존께 시로써 여쭈어 보았다. 3. <하늘 사람> 저희는 파멸하는 사람에 대해서 고따마께 여쭈어보겠습니다. 파멸에 이르는 문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 그것을 묻고자 이렇게 찿아 왔습니다.

4. <세존> 번영하는 사람도 알아보기 쉽고 파멸도 알아보기 쉽습니다. 가르침을 사랑하는 사람은 번영하고 가르침을 싫어하는 사람은 파멸합니다.
6. <세존> 참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사랑하고 참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며 나쁜 사람이 하는 일을 즐기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8. <세존> 수면에 빠지는 버릇이 있고 교제를 줄기는 버릇이 있고 정진하지 않고 나태하며 화를 잘 낸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10. <세존> 자기는 풍족하게 살면서도 늙게 되어 젊음을 잃은 부모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12.<세존> 성직자나 수행자 혹은 다른 걸식하는 이를 거짓말로 속인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14.<세존> 엄청나게 많은 재물과 황금과 먹을 것이 있는 사람이 혼자 맛있는 것을 먹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16.<세존> 혈통에 자부심이 강하고 재산을 자랑하며 가문을 뽐내고 자기의 친지를 멸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18.<세존>여색에 미치고 술에 중독되고 도박에 빠져있어 버는 것 마다 없애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20.<세존>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와 놀아나고 남의 아내와 어울린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22.<세존> 젊은 시절을 지난 남자가 띰바루 열매같은 가슴의 젊은 여인을 유인하여 그녀를 질투하는 일로 잠 못 이룬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24.<세존> 술에 취하고 재물을 낭비하는 여자나 그와 같은 남자에게 실권을 맡긴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26.<세존> 왕족의 집안에 태어나더라도 권세는 작은데 욕망만 커서 이 세상에서 왕위를 얻고자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멸의 문입니다.

27.세상에는 이러한 파멸이 있다는 것을 고귀하고 현명한 사람은 통찰을 갗추고 살펴서 행복의 세계에 이릅니다.
(전재성 박사님 번역, 일부 생략함, 출처 : http://blog.daum.net/okchan515/4015))

집에 돌아와서 김향원은 이 가르침을 여러 번 읽고 뜻을 새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양 대리가 들려준 다른 말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우리는 이렇게 관찰한다 합니다. ‘물질이 자아이다거나 물질을 가진 것이 자아이다거나 물질이 자아 안에 있다거나 물질 안에 자아가 있다.’ 고. 정말 우리가 배우지 못한 범부라면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이 부분을 다르게 풀이하시는 분을 보았습니다. ◌◌ 스님께서는 ‘배우지 못한 범부는 아(我)로부터 색(色)을 관찰한다. ①색을 가진 자로서의 아를 관찰하거나 ②아에서 색을 관찰하거나 ③색에서 아를 관찰한다.’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