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색(色)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

고요2 3 281 2018.01.22 19:25

이 글은 오온 중에서 색(色)을, 불교를 공부하지 않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어디에 한번 올려본 글입니다.

해피스님의 동영상 법문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이 글속에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저의 잘못임을 밝힙니다.

색의 정의에서 이 글에서는 제가 아는 사람들이 좀 더 잘 이해하도록 '변형된다'의 의미도 넣었습니다.

근본경전연구회에서는 '부딪힌다'의 의미로 색을 정의합니다.  

 

 

빙청 선인과 제자들, 그리고 칠지, 다성 일행이 도착한 곳은 철학 마을이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철학자였습니다. 존재란 무엇인가? 앎이란 무엇인가? 나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언어)이란 무엇인가? 윤리란 무엇인가? 하면서 서로 묻고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식당에서 요기를 한 후 빙청 선인과 제자들은 숲 속 나무 밑으로 가서 호흡 수행을 했고 칠지와 다성 일행은 마을에 남아 철학자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때 그곳 대학생들이 다성 일행 쪽으로 와서 자신들은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대학생들은 칠지를 중심으로 둘러앉았습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누고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나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셨는지요?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나요?” 칠지가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이라고 하시니 부끄럽습니다. 아직 50대 초반이니 저를 단지 아저씨라고 불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성 일행은 대학생들이 어떤 말을 하고 칠지는 또 어떤 말을 할지 귀 기울였습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제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를 물어볼까요? 만약 여기에 어떤 사람이 와서 나는 누구인가?’하고 물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저라면 그가 한 시간 동안 생활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겠어요. 그리고는 여기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이렇게 걷고, 벤치에 앉고, 친구를 기다리고, 생각에 잠기고, 친구가 오자 이야기를 나누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랍니다.’ 이렇게 분명하게 보여주겠습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훌륭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더 말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말에 대학생들이 멈칫했습니다. 다성도 칠지가 되묻는 것이 뜻밖이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물으면 저기 저 사람은 누구이고 여기 이 사람은 누구라고 알려주면 대부분은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칠지가 그런 대답 말고 다른 대답을 말해보라고 하니 대학생들이 생각을 좀 해야 되는 것 같았습니다.

 

어려운 문제인지 대학생3이 낙담하여 말했습니다. “그런 경우에 저는 친구가 대답한 동영상을 찍어 이 사람이 당신입니다.’ 고 알려주는 것 보다 더 잘 말해줄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자 칠지가 말했습니다. “그럼, 만약 그 사람이 질문을 바꾸어, ‘<무엇을>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까?’ 하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자기 존재, 자기 존재라고 하는데 무엇을 자기 존재라고 합니까?’ 하고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S38:15 참고) 대학생들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성 일행도 무엇을 자기 존재라고 하는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좀처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칠지가 대학생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무엇을 자기 존재로 보는지요? 즉 무엇을 <이것은 나다> 또는 <이것은 내 것이다> 또는 <이것은 나와 관련된 것이다>고 보는지요?” 그러자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저는 이 몸이 나()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음도 나라고 봅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 훌륭합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자기 자신, 또는 자기 존재로 봅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마음까지 탐구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이 몸에 대해서만 대화하면 어떨까요?” 그러자 대학생들이 모두 동의했습니다. 다성 일행은 점점 흥미를 느꼈습니다. 과연 이 몸에 대해서 어떤 말들이 오갈지 궁금해졌습니다.

 

칠지와 대학생들이 몸에 대해서 토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 먼저 눈, , , , 몸이 각각 기능하는 영역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는 역할 - 은 빼자고 했습니다. 그 대신 걷고 서고 앉고 눕고 일하고 생활하면서 한평생 살다가 마지막에는 늙고 죽는 이 몸뚱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몸은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밥과 죽과 빵 등의 음식으로 길러졌고, 수명이 다하여 죽으면 부서지고 파괴되고 해체된다는 데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칠지가 먼저 우리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느냐고 묻자 대학생들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도 하고 분자로 이루어졌다고도 하고 물질로 이루어졌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칠지가 원소나 분자도 다 물질의 영역이니까 몸은 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하면 어떻겠는가? 하고 제안했습니다. 대학생들은 좋은 의견이시라면서 <몸은 물질로 이루어졌다>를 하나의 명제로 채택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몸은 물질로서 나라고 여기는 것’, 또는 나라고 붙잡은 물질이 몸이다라고 정의(定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물음은 물질이란 무엇인가?’로 넘어갔습니다.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100여종의 원소들이 서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덩어리입니다.”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우주 안의 모든 물체를 만드는 재료로서, 질량을 갖는 모든 것입니다.”(인터넷 검색에서) 대학생3이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공간을 차지하였다가 다른 것과 부딪히면 변형되는 것입니다.” 칠지도 말했습니다. “물질이란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 + 이들 네 요소들이 서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S22:56)에서 인용 및 변형)

 

칠지의 말을 듣고 대학생들은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만물의 근원으로 본 4요소설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칠지는 4요소설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배워서 이해하는 물질은 지수화풍(地水火風

Comments

고요2 2018.01.22 19:27
) 각각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질을 ‘지수화풍 각각의 요소 + 지수화풍 각각의 요소들이 결합한 것’으로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물질(또는 물체)은 어떤 것이든지 간에 땅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 땅의 요소에 반응하고, 물, 불, 바람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 각각 물, 불, 바람의 요소에 반응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물질(또는 물체)이든지 간에 땅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되고 물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되고 불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되고 바람에 두어도 그만큼 변형된다고 했습니다.

과학적 설명과는 조금 다른 칠지의 말을 듣고 대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래서 칠지에게 조금 더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칠지는 사람 몸을 예로 들었습니다. “물질로 된 우리 몸은 차가움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되고, 더움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되고, 배고픔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되고, 목마름에 의해서도 부딪혀 변형됩니다. 그리고 파리, 모기, 바람, 햇빛, 파충류들에 의해서도 부딪히고 변형됩니다. 이처럼 부딪힌다고 해서 또는 변형된다고 해서 물질이라고 합니다.” ((S22:79)에서 인용 및 변형)


다성은 대화를 따라가면서 스스로 사유해보았습니다. 처음에 ‘이것이 내 자신이다, 이것이 나다’고 하는 것에는 몸과 마음이 있었는데, 대화에서는 몸을 주제로 서로 토론했습니다. 다성이 듣고 이해하기로는, ‘몸은 <나 자신>이라고 붙잡은 물질’이었습니다. 몸은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밥과 죽과 빵 등의 음식으로 길러졌고, 나중에는 늙고 죽어 부서지고 파괴되고 해체되는 것이었습니다. 몸은 100여 가지 원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졌거나 지수화풍의 요소들로 이루어졌거나 간에 물질이기 때문에 부딪히고 변형되는 것이었습니다. 차가움, 더움, 배고픔, 목마름에 의해서도 이 몸은 변형되는 것이었고, 파리, 모기, 바람, 햇빛, 파충류들에 의해서도 변형되는 것이었습니다.
고요2 2018.01.22 19:28
칠지가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이 몸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이 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대학생1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몸을 함부로 하지 않고 소중히 하겠습니다. 한 평생을 지탱하고 살아가야 할 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저는 제 몸을 아름답다고 여겨왔어요. 미인 대회에 나가도 된다는 말을 늘 들었어요. 그런데 오늘 토론하면서 이 몸에 대해 너무 자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눈에서는 눈곱이, 귀에서는 귀지가,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담즙과 가래가, 몸에서는 때와 땀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리고 대변을 보고 소변을 본다는 생각을 하니, 이 몸에 대해 너무 아름답다고 사람들 앞에서 교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숫~ P.157 인용 및 변형)

대학생3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못 생겼습니다. 그래서 늘 주눅이 들고 의기소침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안 그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몸도 있고 마음도 있으니, 비록 얼굴이 못 생겼다고 해서 마음까지 못 생길 이유는 없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태어남은 과거이고 지나간 일이고 제가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러나 마음은 내가 얼마든지 착하고 점잖고 예의바르게, 그러면서도 명랑하고 진취적이고 맑고 밝게 바꿀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칠지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세 분 모두 훌륭하십니다. 장하십니다. 대학생이고 청춘의 한창 때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려는 아름다운 생각을 하시다니 장하십니다.” 이렇게 대학생들을 기쁘게 하고 격려한 뒤에 칠지는 다시 물었습니다. “계속 하겠습니다. 물질은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가요?” 대학생들이 바로 <공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다성은 역시 대학생이라서 말이 척척 나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칠지는 맞다고 했습니다. 물질은 모두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질이 위치하려면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어떤 물체든지 물체로 규정되려면 공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칠지와 대학생들이 앉은 자리도 공간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저기 나무도 앞뒤로 옆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도 공간이 있어야 건물로 규정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저 건물에 공간이 없다면 그냥 시멘트 덩어리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몸도 공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몸 밖뿐만 아니라 몸 안에도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물질(몸)은 ‘물질을 이루는 요소들’과 ‘그 요소들이 결합한 것들’로서, ‘공간’을 차지한다고 규정되었습니다.
고요2 2018.01.22 19:29
이제 칠지가 아주 어려운 질문을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생들을 그윽이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마음은 이 몸에 어느 만큼 제약되어 있을까요? 우리 마음은 이 몸에 어느 만큼 기대어 있고 어느 만큼 묶여 있을까요? 과연 마음이 몸에 대한 기댐과 묶임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요?” ((D2)에서 인용 및 변형)

대학생1이 말했습니다. “질문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마음이 몸에 기대어 있고 묶여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칠지가 대답했습니다. “비유하면 아주 깨끗하고 품질이 최상인 유리 보석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최상의 보석이 여러 가지 빛깔의 실에 묶여 있습니다. 즉 최상의 유리 보석이 빛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보석을 묶고 있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줄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이 몸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보석은 마음을 비유한 것이고 여러 색깔의 실은 몸을 비유한 것입니다.” ((D2)에서 인용 및 변형)

이 말을 듣고 대학생2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 조금 이해했어요. 우리는 몸이 원하는 것이 전부 진실인줄 알고 몸이 하라는 대로 한다는 뜻도 되겠네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참 많이 몸에 기대어 있고 묶여 있네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괴롭고, 몸이 늙고 병들면 마음도 늙어지고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보아요.” 칠지는 잘 말씀하셨다면서 대학생3을 바라보았습니다.

대학생3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칠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칠지가 말했습니다. “사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모릅니다. 제가 천안계(天眼溪)에서 공부할 때 동료가 내 준 문제인데, 저는 아직까지 못 풀고 있습니다.” 토론이 끝나자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학생들이 돌아갔고 칠지와 다성 일행은 빙청 선인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직 시간이 일렀습니다. 그래서 칠지와 다성 일행은 나무 아래에 잠시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호흡 보기를 연습하였습니다. 다성은 빙청 선인이 가르쳐 주신, ‘길게 들이쉴 때는 길게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길게 내쉴 때는 길게 내쉰다고 분명히 안다. 짧게 들이쉴 때는 짧게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짧게 내쉴 때는 짧게 내쉰다고 분명히 안다’는 구절을 떠올리며 호흡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다성이 깜빡 졸았습니다. 꿈속에 만화에 나오는 손오공이 나타나고 여러 신(神)들도 나타났습니다. 신들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이 항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는군요. 참으로 우리는 무상하고 견고하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는군요.” 하면서 두려워하고 공포를 느끼고 전율했습니다. ((S22:78“에서 인용 및 변형) 이 말을 듣고 손오공이 솜씨를 ‘뽐냈습니다. 손오공은 마음으로 만든 몸으로 마음을 향하게 하고 기울이게 하더니,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휙 하고 불었습니다. 그러자 손오공이 열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두 원래의 손오공과 같이 몸도 있고 얼굴도 있었습니다. 그때 다성은 졸음에서 깨어났습니다. ‘아차, 내가 혼침(昏沈)에 빠졌군. 원위치’ 하면서 다시 호흡 관찰을 시도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숨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딴 데 가지 않고 콧구멍 주위에 있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