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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계 세상에 대해

고요2 0 310 2018.03.19 21:31

어느 날 빙청 선인 일행이 도착한 곳은 드라마 작가 마을이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사용될 대본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 이별, 죽음, 배신, 성공, 좌절들을 다루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물들을 포함시켜서 소재를 조금 더 넓혀갔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늘 세상이나 지옥이나 귀신들의 세상까지 드라마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이 마을에 들어서서 큰 나무 아래에 잠시 앉았습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서로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누고 환담을 한 후 마을 사람들이 한 곁에 자리했습니다. 작가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수행자시여, 저희들은 드라마의 대본을 쓰는 작가입니다. 우리들이 사는 이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하늘 세상이나 지옥이나 귀신의 세계가 정말로 있는 것일까요?”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종교를 가지셨다면 지옥이나 하늘 세상이 있다고 믿겠습니다. 그러나 종교를 안 가진 분들이 지옥이나 하늘 세상이나 귀신의 세계를 믿기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개념’으로 한번 생각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이에 다른 작가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빙청 선인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개념으로 이해하는 예를 들어주었습니다. 여기에 자루가 하나 있는데 여러 도형을 넣어두고 학생에게 삼각형을 꺼내보라고 하면 학생은 삼각형을 꺼냅니다. 다시 어떤 자루에 정수를 넣어두고 거기서 마이너스(-) 숫자를 꺼내보라고 하면 학생은 마이너스 숫자를 꺼냅니다. 이것은 모두 그것들에 대한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들이 사는 세상도 그냥 개념으로 이해해보자고 했습니다. 진짜로 그런 세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따지지 말고. 왜냐하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영역은 믿음으로 믿거나 믿지 않거나 추론으로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동의하는 우리가 아는 세상은 두 개 있습니다. 인간과 짐승 세상입니다. 이 두 세상은 누구나 압니다. 자, 그럼 지옥은 어떻습니까?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육안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 개념으로 하나 정해 놓겠습니다. 몸으로도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나쁜 짓을 계속해서 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또 지옥은 괴로움이 가득한 세상이라고.” 그때 제자가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읽어주었습니다.

 

“... 상실과 비탄의 상태, 비참한 존재, 벌 받는 상태, 지옥에 태어나, 오로지 고통스럽고 가혹하고 혹독한 느낌을 경험하는 ... 예를 들면, 사람 키 남짓하고 불꽃이나 연기가 없는 숯으로 가득한 숯불 구덩이가 있다. 그런데 열기에 압도되고 열기에 고통 받아 피곤하고 두렵고 목마른 사람이 오직 한 길을 따라 이 숯불 구덩이를 향하여 올 것이다. .,. 그는 나중에 그 숯불 구덩이에 떨어져 오로지 고통스럽고 가혹하고 혹독한 느낌을 경험하는 ...” ((M12), 해피스님의 번역에서 인용. 이하에서도 같음)

 

지옥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제쳐두고 사람들은 지옥이라는 개념에는 당연히 너무나 고통스럽고 괴로운 상태가 포함된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세상은 실제와 개념을 합쳐서 세 가지가 되었습니다. ‘지옥, 짐승, 인간’

 

빙청 선인이 이번에는 하늘 세상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천국이라고도 천상이라고도 부르는 세상입니다. 하늘 세상은 몸으로도 말로도 마음으로도 선한 일을 하고 남에게 베풀면서(또는 봉사하면서) 살면 태어나는 곳으로 개념을 정했습니다. 제자가 이 부분을 읽었습니다.

 

“...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 세상에 태어나, 오로지 행복한 느낌을 경험하는 ... 예를 들면 석회로 칠해지고 바람이 차단되고 빗장이 채워지고 창문이 닫힌 뾰족지붕의 저택이 있다. 거기에는 소파, 모직 양탄자, 흰색의 모직 양탄자, 꽃무늬 양탄자, 까달리 사슴가죽으로 만든 최상의 모포, 차양, 양면이 붉은 베개가 있다. 그런데 열기에 압도되고 열기에 고통 받아 피곤하고 두렵고 목마른 사람이 오직 한 길을 따라 이 저택을 향하여 올 것이다. ... 그는 나중에 그 뾰족지붕의 저택의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오로지 행복한 느낌을 경험하는 ...”

 

사람들은 하늘 세상을 개념으로 이해했습니다. 천상은 착하게 살고 베풀면서 살면 태어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세상은 ‘지옥, 짐승, 인간, 하늘 세상’, 이렇게 네 가지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제 작가들이 그럼 귀신이나 유령이나 도깨비나 같은 존재들은 어떻게 개념 지을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귀신이나 유령이나 도깨비는 제가 잘 모릅니다. 굳이 제가 배운 한 가지 개념으로 말해보라면 귀신은 ‘아귀(餓鬼)’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 몸에 달라붙는 빙의와 관련된 존재로의 귀신은 종교마다 다르므로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 도깨비는 옛날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라서 그냥 나라마다 전래되는 동화 속의 이야기로만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자가 아귀에 대해 책의 내용을 읽었습니다.

 

“... '이 사람은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아귀 세상에 태어날 그런 실천을 하는 자이고 그렇게 행하고 그 길을 오르는 자이다.' ... 고통 많은 느낌을 경험하는 ... 예를 들면 평탄치 못한 땅위에 생겨난 잎들이 엷고 구멍 숭숭한 그늘을 가진 나무가 있다. 그런데 열기에 압도되고 열기에 고통 받아 피곤하고 두렵고 목마른 사람이 오직 한 길을 따라 이 나무를 향하여 올 것이다. ... 그는 나중에 그 나무 그늘에 앉거나 누워서 고통 많은 느낌을 경험하는 ...”

 

이렇게 하여 우리 세상을 실제와 개념을 합하여 다섯 가지로 개념화했습니다. ‘지옥, 축생, 아귀, 인간, 천상’ 그때 한 작가가 공상 만화에 등장하는 ‘아수라’는 어디에 속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빙청 선인은 아수라는 하늘 세상(천상)에 속하는데 천신들과 전쟁을 하는 이야기가 몇 번 책에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가 물었습니다. “이 세상은 ‘지옥, 축생, 아귀, 인간, 천상’ 으로 구성된 이 세계가 다 입니까?”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개념으로는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개념으로는 두 세계가 더 있습니다. ‘지옥, 축생, 아귀, 인간, 천상’이 한 개의 개념화된 세계라면, 수행자 무리에서는 인간이 속한 이 세계 말고 두 개의 세계가 더 있다고 합니다. 수행자 무리에서는, 그 두 개의 세계는 높은 삼매를 닦은 수행자만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세계의 범부는 상상이나 추론으로도 그 세계 존재들의 마음을 경험할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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