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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도 지혜의 총명함이 변하지 않음

고요2 0 287 2018.04.16 08:18

빙청 선인 일행이 도착한 곳은 백 고개 마을이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여행객이 지나갈 때마다 마을사람들과 여행객이 도합 백번 말을 이어가야 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만약 여행객이 이런 말 잇기를 하지 않게 되면 백 고개 마을을 통과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가야 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이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안내인이 나와서 맞이해 주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은 마을에서 준비해준 음식을 먹고 나서 마을 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객석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수행자와 마을의 현자가 문답을 이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마을사람들이 미리 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사회자가 간단한 규칙을 말해주었고, 마을의 현자와 빙청 선인이 무대 위로 올라가 지정된 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을의 현자가 50번, 빙청 선인이 50번, 모두 100번의 말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1 먼저 마을의 현자가 말했습니다. “어떤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훌륭한 사람이 나이가 어리고 젊고 머리가 검고 축복받은 젊음을 갖춘 초년기까지는 지혜에 의한 총명함이 있다. 그러나 훌륭한 사람이 나이 들어 늙고 노후하고 긴 여정을 보내고 노쇠하여 여든이나 아흔이나 백 살에 이르면 그 지혜에 의한 총명함은 없어진다.’ 하고. (M12에서 인용 및 변형, 이하도 적절히 인용하거나 실마리로 삼음)
 
2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궁극에 이른 사람들은 나이 들어 늙고 노쇠하여 스스로 거동할 수 없을 때라도 마음챙김과 공부와 익힘과 자기 분야의 최고의 지혜에 의한 총명함을 갖춥니다. 그래서 아무리 총명한 젊은이가 그 분야의 여러 일을 질문하더라도 모두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아!’하고 나지막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늙어서도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지혜가 줄어드는 일이 없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총명함이 변하지 않을 수 있다니!’ 하면서 사람들은 잔뜩 기대를 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3. 마을의 현자가 말했습니다. “만약 그에게 총명한 젊은 제자가 넷이 있어서 그 분야에서 암송한 것과 보존한 것들을 계속해서 질문하면 그도 어쩔 수 없이 말이 막히고 지혜가 막힐 것입니다. 사람이 늙고 노쇠하면 기억력도 정신력도 지혜도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4.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제자 네 명의 질문에 대해 그의 대답은 다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가 사용하는 문장과 표현도 다함이 없을 것입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는 지혜에 의한 총명함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5. 마을의 현자가 말했습니다. “어떻게 평범한 보통 사람이 나이 들어 늙고 노쇠하고 몸의 기능들이 떨어지는 데도 지혜에 의한 총명함이 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수행자의 경우라면 혹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의 경우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성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시면 온 가족이 힘들어하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나중에 제 정신으로 세상을 떠나가를 바라는데. 과연 정말로 사람이 나이 들어도 기억력이 쇠퇴하지 않고 치매에 걸리는 일도 없이 온전한 정신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을지. 다성 자신과 같은 범부도 나이 들어 죽을 때 매(昧)하지 않게 죽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6.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일반인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채 건강한 마음으로 늙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것은 남을 해치지 않는 일을 포함한, 행실이 바른 삶을 살면 됩니다. 행실이 바른 삶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될 것입니다. ① 살아있는 생명 해치는 것을 멀리하자[생명 존중] ② 주지 않는 물건 가지는 것을 멀리하자[사회 정의] ③ 잘못된 성적인 행위를 멀리하자(남의 아내를 범하거나 다른 여자와 바람 피는 것 등)[가족 보호] ④ 거짓되게 말하는 것을 멀리하자[관계 보호] ⑤ 방일의 원인이 되는 술이나 약물들을 멀리하자[자기 보호]” (해피스님의 글에서 인용 및 변형. 이하도 마찬가지임)
 
7 마을의 현자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행실이 바른 사람이라면 정말로 죽을 때까지 치매에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 자신도 보호하고 남도 해치지 않는, 행실이 바른 사람의 삶은 ‘후회하지 않음’을 특성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큰 재물을 얻음, 매(昧)하지 않고 죽음, 좋은 명성을 얻음, 어떤 회중에 들어가더라도 두려움이나 창피함이 없이 들어감, (저 세상이 있다면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선처 혹은 천상세계에 태어남.’ 그러고 보니 일반인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 있군요.”
 
이제 다성은 일반인으로서 늙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경우를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한자어로 말해보면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였습니다. 이렇게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일반인이 행실을 바르게 하여 살아가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생명을 해쳐야 하는 경우,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 회사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들도 종종 생겨납니다. 그래서 일반인이 늙어서도 지혜의 총명함을 잃지 않기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상황이 나를 바른 삶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더라도, 또는 행실이 바른 삶의 내용에서 한두 가지를 못 해낸다고 해서, 다른 바른 행실까지 ‘안 해야지, 못해내겠다’고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우선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면서 형편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내면 또 그만큼 더 나를 보호하고 남을 해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8. 빙청 선인이 말했습니다. “왜 여기서 마음속의 일은 언급하지 않는가 하면, 마음속의 일은 나 혼자에게만 책임을 지고 남에게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위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몸으로 짓는 행위, 말로 짓는 행위, 마음(意)으로 짓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몸과 말로 짓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직접 영향을 미쳐 결과를 만듭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짓는 행위는 자기 내면의 청정과 오염의 문제라서, 의업(意業)은 계(戒)의 영역은 아닙니다.”
 
9. 마을의 현자가 말했습니다. “일반인이 더 착한 행위를 하고 싶다면, 분노하는 마음과 폭력을 쓰려는 의도까지 버리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또 욕설을 하지 않고 이간질을 하지 않고 잡담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또 있는데, 견해도 바른 견해를 가져야 합니다. 흔히 ‘생각은 자유다’하고 말을 하는데, 무엇이 선한 일이고 무엇이 악한 일인가 하는 기준은 바르게 하고 나서, 자기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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