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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순환 고리, 도입 부분

고요2 0 224 2018.05.13 18:15

 어느 날 빙청 선인 일행이 빙빙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매우 게을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일하지 않고 공짜로 돈을 많이 벌어서 편안하게 살까 궁리하다가 한 가지 꾀를 생각했습니다. 이 마을을 들어서면 누구든지 길을 잃게 하여 한참을 헤매도록 하여 여행객이 지치면 돈을 받고 출구를 가르쳐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나지 않도록 여행객에게 ‘망각의 샘물’을 마시게 하여 마을에서의 일을 모두 잊어버리게 했습니다. 한편, 여행객들이 돈을 지불하고 출구로 나오기 전까지는 마을의 미로(迷路)를 빙빙 돌며 방황해야 했으므로 마을 이름이 빙빙 마을이 되었습니다. 근래에 빙빙 마을에서는 여행객을 속여 돈을 더 뜯어내려고 미로를 두 개 더 만들어 미로는 모두 세 개가 되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이 빙빙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한 노인이 다가와서 며칠을 굶었다며 음식이 있으면 좀 나누어줄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다성이 대표로 가방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 노인에게 드렸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다성에게 조금 볼 일이 있다며 다성을 잠깐 남게 했으므로, 빙청 선인과 다른 사람들은 먼저 빙빙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둘만 남게 되자 노인이 다성에게 구슬 세 개를 주었습니다. 다성이 구슬 세 개를 받고 매우 감사했습니다.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다성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빙청 선인 일행을 따라가려고 서둘러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마을 안에는 길이 세 갈래 있었습니다. 다성은 우선 첫 번째 길로 갔습니다. 다성이 발걸음을 옮기자 발이 그대로 죽 미끄러지더니 길이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러자 다성이 처음 자리에서 열 걸음 떨어진 곳에 새로운 길이 1m 상공에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성 자신은 열 걸음 떨어진 새로 만들어진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 걸음을 떼어보니 이번에도 발이 그대로 죽 미끄러지더니 길이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리고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열 걸음 지난 곳에 똑 같은 새로운 길이 또 1m 위에 생겼고 다성 자신은 그 새로운 길(맨 처음과 비교하면 이제는 2m 높이의 길)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성은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마구 달려갔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새 다성은 맨 처음 위치에서 무려 99m나 더 높이 올라간 길 위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성은 아주 당황했습니다. 너무 무섭고 공포스러웠습니다. 그때 공중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나가는 문 열쇠는 7만원입니다.” 다성이 주머니를 뒤져 돈을 찾으려는데 구슬이 손에 닿았습니다. 조금 전 노인이 주신 구슬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수레바퀴처럼 한없이 굴러가는 그대의 삶은 무엇 때문인가? 식(識)이 머물고 증장하면 명색(名色)이 참여하여 누적된 상태의 존재인 나 자신이 되어, 인식하고 행위하면서 또 한 평생 살아가니, 그대의 마음은 언제 청정해지려는가.’ 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었습니다.
 
다성은 아무리해도 이 글의 뜻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본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공중을 향해 “윤회(輪廻)”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다성이 서 있던 길이 아주 심하게 빙글빙글 돌더니 다성을 맨 처음 자리로 돌려보냈습니다.
 
다성이 이번에는 두 번째 길로 들어섰습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뗐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길과 마찬가지로 발이 그대로 죽 미끄러지면서 길이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길이 다 돌고나서 멈추어서니 이상하게도 길에 다성의 마지막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다성이 다시 한 발자국을 떼니 길이 빙빙 돌더니 새 길이 만들어졌는데 이번에는 길 위에 다성의 가장 맨 나중 마음 상태가 찍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두 번째 길은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몸이 빙빙 돌면서 새로운 길이 만들어졌고, 거기에는 자신의 맨 마지막 행동이나 마음 상태가 찍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다성은 이 길이 언제 끝날지 몰랐습니다. 그때 공중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나가는 열쇠는 8만원입니다.” 이 소리를 듣고 다성은 얼른 노인이 주신 구슬을 하나 꺼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그대가 새로운 것을 볼 때, 눈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네, 바로 한 순간 이전에 그대가 행했던 몸과 말과 마음의 상태가 얹혀 와서, 눈이 볼 때 참여한다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 그랬습니다. 이 두 번째 길은, 감각기관이 감각대상을 인식할 때마다,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바로 한 순간 이전의 자신의 행위가 찬다(欲)에 의해 무명의 요소로 실려 가서 인식에 함께 작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성은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단지 자신의 마음 상태가 함께 찍혀 나오니까 우선 마음을 맑게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랬더니 예전에 책에서 읽은 구절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그릇된 것을 즐기지 않고 환영하지 않고 묶여 있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성은 공중을 향해 ‘염오(厭惡)’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길이 아주 심하게 빙빙 돌더니 다성을 다시 맨 처음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세 갈래 길 앞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다성은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길로 갔습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주위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발이 죽 미끄러지면서 길이 빙빙 돌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길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길에서는 느낌을 경험할 때 그 느낌들이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즐거운 느낌을 경험하면 ‘아, 즐겁다, 이 느낌은 영원하니까 꼭 붙잡아야지.’라고 했고, 괴로운 느낌을 경험하면 ‘아, 괴롭다. 이 느낌은 영원하니까 빨리 밀쳐내자.’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들을 때마다 느낌이 일어났고 그 느낌을 붙잡거나 밀쳐내느라고 다성은 힘이 다 빠졌습니다. 그때 공중에서 ‘나가는 열쇠는 9만원입니다.’는 소리가 났고, 다성은 얼른 노인이 주신 마지막 구슬을 꺼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느낌은 항상하지 않다네, 눈이 형상을 보고 난 후에야 눈의 느낌이 생겨났을 뿐이네, 느낌을 무상(無常)하다고 관찰하는 사람, 그는 바른 견해를 지녔도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예전에 읽은 한 구절을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느낌은 무상하고 고(苦)이고 무아(無我)다.’ 하고. 그러자 길이 심하게 빙빙 돌더니 다성을 마을 입구 세 갈래 길 앞에 다시 돌려놓았습니다.
      
거기에는 빙청 선인과 제자들과 칠지와 사람들이 모두 다 있었습니다. 영문을 물으니 빙청 선인 일행도 열쇠를 구입하지 않아서 이렇게 마을 입구에 다시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군(郡) 공무원이 나와서 우리 군의 숙원사업인 ‘산에 굴을 뚫어 도로 내기 사업’이 어제 완공되어 어제부터 버스를 타면 누구나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빙청 선인 일행은 버스를 타고 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이후로는 아무도 빙빙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이 없어서 빙빙 마을은 점점 정체되고 쇠퇴해져서 마을 사람들은 가난뱅이가 되었습니다.
 
오늘 다성은 세 가지를 공부했습니다. 우리 삶에는 빙빙 돌아오는 것에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①수레바퀴가 계속 굴러가는 것처럼 죽고 태어나가를 계속하는 윤회와, ②감각주관이 감각대상을 인식할 때 찬다(欲)가 한 순간 이전의 행위를 들쳐 업고 와서 인식에 참여하는 것과, ③인식에서 행위로 넘어갈 때마다 가공의 과정이 있는데, 잠재한 상(想)이 번뇌로써 이 가공의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참고 : 3개의 순환 고리, 해피스님의 수업보고에서 인용
• 작은 순환 고리 : 행위 → 찬다 → 1차 인식
• 큰 순환 고리   : 행위 → 식(識)의 머묾 → 증장[누적] → 명색(名色)의 참여 → 유(有) →
                       누적된 것[bhūta] → 1차 인식
• 잠재 순환 고리 : 행위 → 상(想)의 잠재 → 번뇌[루(漏)] 또는 잠재성향 → 2차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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