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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마음을 아는 경우

고요2 0 262 2018.06.30 17:57

 빙청 선인 일행이 도착한 곳은 유학(儒學) 마을이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옛날 유학 서적에 나오는 생활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길이 두 개가 있어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길로 다녔습니다. 길에 돈이나 값비싼 물건이 떨어져도 아무도 줍지 않았습니다. 상점이나 민원 창구 말고 사적인 장소에서 남자와 여자가 물건을 주고받을 때는 광주리에 담아 건네고 받거나 땅에 놓아두어 주고받기를 했습니다. 좁은 길에서 만나면 상대방이 먼저 지나가라고 서로 길을 양보하였으며, 젊은이는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은 젊은이들을 아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학 마을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관광객들이 몰려왔습니다. 정말로 옛날의 모습처럼 살아가는지 직접 확인하려고 온갖 사람들이 다 왔습니다. 관광객들은 마을의 풍경이나 가옥이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러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러자 유학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어먹고 우리 마을도 이제 옛날의 생활양식을 버리고 현대의 새로운 생활양식을 따르자고 요구했습니다. 이 일을 의논하려고 마을 전체 회의가 열렸고, 갑론을박 끝에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을 사이에 두고 마을을 두 개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생활양식을 현대식으로 바꾸려는 쪽은 이름을 ‘신명리’로 하기로 하였고, 옛 전통을 유지하려는 쪽은 원래 이름 그대로 ‘유학 마을’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빙청 선인 일행이 도착한 곳은 유학 마을이었습니다. 입구 안내판에 ‘耳屬于垣(이속우원-사람들의 귀가 담장에 붙어있다)’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자 다성은 어렸을 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학무동에서 자영의 도움으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자영의 집에서 공부했을 때 독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너희들은 남에 대해 비밀 이야기를 하지 말거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벽에도 귀가 있으니(원유이垣有耳) 너희들은 남을 험담하지 않도록 힘쓰거라.”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학동들이 훈장님을 따라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 玄宰垂訓曰 人間私語 天聽若雷 暗室欺心 神目如電 (현제수훈왈 인간사어(라도) 천청(은) 약뢰(하고) 암실기심(이라도) 신목(은) 여전(이니라))...” 그때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하늘에는 귀가 없고 하늘에는 눈도 없는 것 같아요. 어제 마을에 든 도둑이 누구인지 하늘도 몰라서 우리에게 안 알려주시는 거잖아요.”

 

그러자 훈장님이 말했습니다. “아니다. 아무리 도둑이 남몰래 훔쳐가도 하늘이 도둑의 걸음걸이를 듣는 것은 우레처럼 쾅하고 크게 들리고, 아무리 도둑이 마음속으로 나쁜 짓을 꾸며도 하늘이 그 마음을 보시는 것은 번갯불처럼 환하게 보신다. 그래서 天知 神知 我知 子知 라고 했지.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안다고. 어떤 일이든지 하늘은 반드시 알고 계신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말씀하셨다, 故로 君子는 必愼其獨也니라고,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을 때를 삼가한다고.”   

  

그때 친척을 방문하고 막 돌아가려던 중년의 여성이 아이와 훈장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훈장님에게 자신을 심리학자로 소개한 그 중년의 여자는 30분 정도 시간을 할애 받아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내가 여러분의 마음을 알 수 있는데, 저기 높은 곳의 하늘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까요? 자, 누구든지 나와서 ‘제 마음을 맞춰 보세요.’ 해봐요. 그럼 내가 다 맞추어 볼게요.”  

 

한 아이가 용기를 내어 “지금 제 마음은 어때요?” 하자 심리학자가 아이의 몸짓과 말투를 보더니 “지금 너는 수업을 빨리 마치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구나.” 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참 신기하다며 맞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보고 처음에는 몸을 사리던 아이들이 앞다투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맞추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그 심리학자는 다 맞추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심리학자는 훈장님에게 말했습니다. “훈장님, 저는 어렸을 때부터 ‘드러나는 몸짓으로 남의 마음을 읽는 재주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 아이들의 드러나는 몸짓을 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서 말했던 거예요.” (이하 A(3:60)에서 인용 및 변형)

 

한편, 이 시각에 옆 마을 신명리에서는 한 사나이가 나타나서 남의 마음을 알아맞히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나이기 펼치는 신기한 일을 구경했습니다. 사나이는 ‘내 마음을 맞춰보세요.’하고 손을 드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그가 내는 소리를 듣고 그의 마음을 척척 알아맞혔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고 큰 박수를 쳤습니다. 사나이는 의기양양하여 말했습니다. “나는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이나 신의 소리를 듣고는 그들 비인간이나 신의 마음도 압니다.”

 

그것은 정말로 대단한 능력이었습니다. 그동안 사나이는 사람들 앞에서 인간의 소리를 듣고 남의 마음을 아는 능력만 보여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나이는 비인간이나 신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마음도 아는 능력을 가졌다고 아무 한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그만 사람들 앞에서 “나는 인간이나 비인간이나 신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마음을 압니다.”고 큰 소리로 자랑하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사나이의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빙빙 돌더니 그만 소리를 듣고 남의 마음을 아는 능력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사나이가 의기소침하고 풀이 죽어 동문 수학한 친구에게 갔습니다. 친구는 사나이를 위로해주며 말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남이 보여주는 몸짓이나 소리를 듣지 않고, 그냥 사람들이 마음에서 일으키는 생각과 지속적인 고찰을 하는 여파를 기반으로 한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는 소리를 듣고 남의 마음을 아셨지. 스승님에 비하면 우리들 능력은 보잘 것 없었지. 지금 자네가 그 능력을 잃어서 절망하고 있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게. 세상에는 다른 종류의 남의 마음을 아는 기적도 있을 걸세.“

 

사나이는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들이 나무 아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나이가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 말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시여. 세상에는 남의 마음을 아는 어떤 기적이 있습니까?” 빙청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저기 서쪽에는 위대한 영웅이 계십니다. 그분의 가르침에 의하면 사띠토대를 갖춘 수행자는 : 드러나는 몸짓도 아니고, 인간이나 비인간이나 신의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 위딱까나 위짜라의 여파로 인해 무의식으로 내는 소리를 듣고 남의 마음을 아는 것도 아닙니다. 사띠토대를 갖춘 수행자는 위딱까나 위짜라 없이 삼매에 들어 자기의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꿰뚫어 안다고 합니다. ‘이 존자는 심행(心行)이 잘 안정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 마음 바로 다음에는 이러한 생각을 일으킬 것이다.’ 라고.” 
다성은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아, 그런 것이구나. 사람은 숨길 수가 없구나. 나의 몸과 말과 마음의 행위는 세상 어디에도 숨길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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