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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장애는 마음의 오염원이고 1

고요2 0 282 2018.08.13 07:35

마라의 들판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여느 들판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들판 안에는 무시무시한 다섯 도적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변장술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멋진 용모와 화려한 옷으로 변장하여 여행객들을 달콤한 말로 꼬드겼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음대로 부렸습니다. 그들이 정신 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벌써 늙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다섯 도적이 숨어 있는 이 들판을 마라의 들판이라고 불렀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마라의 들판에서 목적지를 잃고 늙음에 이르도록 빠져 나오지 못하자 나라에서는 현상금을 내걸었습니다. 다섯 도적을 사로잡아 오는 사람에게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연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라 안의 용맹한 젊은이들과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들이 다섯 도적을 잡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한편, 오 기자는 ○○신문사에 다니는 유능한 기자였습니다. 그는 마라의 들판에 묶여 있다가 늙어서야 돌아온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습니다. 10년 동안 천 명 정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내용을 기록한 자료만 해도 어마어마했습니다. 오 기자는 이제 다섯 도적을 각각의 특징별로 분류하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는 ‘마라의 들판 횡단 도전자’를 모집했습니다. 7사람이 최종 심사에 합격했고 그들은 오 기자와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오 기자와 7인은 심호흡을 하고 마라의 들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햇볕이 무척 따가웠고 몸에서는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10분쯤 지났을까, 워낙 무더운 날씨라 모두 지쳤습니다. 그때 잎이 무성한 큰 나무가 앞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모두 그 나무 아래로 갔습니다. 그때 오 기자가 크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절대로 정신 잃으면 안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앞에 누가 나타났습니다. 아주 아리따운 아가씨가 물과 음식을 담은 작은 손수레를 끌고 와서 말했습니다. “나그네들이시여, 얼마나 더우세요? 여기 맛있는 물과 음식이 있으니 사양하지 마시고 마음껏 드세요.” 아가씨의 화려한 옷과 장식들, 그리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넋이 나가서 오 기자와 7인은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자 갑자기 오 기자와 7인은 잠이 들었습니다. 조금 전에 정신 차리자고 했던 일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깨어나 보니 각자 가지고 있던 돈과 값나가는 물건들이 없어졌습니다. 모두 허탈하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코에 냄새 맡아지고 혀에 맛보아지고 몸에 감촉되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들에 빠져 자신들의 소중한 것들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너무 창피스러워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그때 어떤 노파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평소 선업을 많이 했으니 기회를 한번 주겠네. 마음의 오염원이고 지혜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7인은 ‘그것은 감각의 즐거움을 탐닉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 기자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소유의 찬다’ 입니다. 저기 보이는 형색들, 저기 들리는 소리들, 저기 냄새 맡아지는 냄새들, 저기 맛보아지는 맛들, 저기 감촉되는 감촉들, 이런 것들을 ‘내 것이다.’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 욕계 중생이,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의도하고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말을 듣자 노파가 사라졌고, 오 기자와 7인 앞에는 각자의 돈과 물건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오 기자와 7인은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웬일인지 버스 한 대가 왔습니다. 부랴부랴 버스에 오르니 뒤따라 어떤 사나이가 탔습니다. 사나이는 갑자기 오 기자와 7인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왜 자신보다 먼저 버스에 탔느냐면서 욕설을 심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몸이 어떻고 목소리가 어떻고 태도가 어떻고 하면서 트집을 잡았습니다. 계속 욕설하고 모욕을 주자 오 기자와 7인은 점점 분노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참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7인이 막 거친 말로 대꾸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오 기자가 귀마개를 꺼내어 7인에게 주었습니다. 특수 제작한 귀마개라서 밖의 소리는 하나도 안 들렸습니다. 대신 귀마개 안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진애는 덮개요 장애이요 마음을 압도하고 지혜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하고. 또 이런 내용도 나왔습니다. “탐욕은 허물은 적지만 빛바랠 때 천천히 빛바래고, 성냄은 허물은 크지만 빨리 빛바래고, 어리석음은 허물도 크고 천천히 빛바랩니다.”(A3:68) 곧 7인이 분노하는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러자 버스가 사라지고 사나이도 사라졌습니다. 오 기자와 7인만이 들판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몸은 지치고 목이 탔습니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휴게소가 보였습니다. “아, 살았다.” 뛰다시피 휴게소에 들어가 물과 음식을 먹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피로가 풀리고 긴장이 풀려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비몽사몽간에 가족들 모습이며 동료들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자 이 일을 그만두고 그만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 어떤 노인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집 나오면 다 고생이제. 집만 한 곳은 없제. 토끼 같은 자식과 아끼는 부인이 기다리제.” 오 기자와 7인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노인의 말이 맞는다고 여겼습니다. 이렇게 배불리 먹고 편안히 앉아서 선잠을 자거나 가족들과 동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 마라의 들판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들판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갈 생각을 하니 이제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더 게으름이 밀려오고 더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7인 중에 누가 접시를 떨어뜨렸습니다. 쨍그랑 하는 소리에 오 기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얼른 가방에서 메모를 꺼내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해태-혼침은 어둠을 만들고 안목을 없애버리고 무지를 만들고 지혜를 소멸시키고 곤혹스러움에 빠지게 하고 열반으로 인도하지 못한다.” 이 말에 7인도 정신을 차리고 이리저리 경행하면서 졸음을 깨우고 마음을 다시 먹었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휴게소는 온데간데없고 노인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저 앞에서 짐승 한 마리가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짐승이 돌진해왔습니다. 오 기자와 7인은 재빨리 길옆으로 피했습니다. 낙엽을 밟았는데 낙엽이 지렁이로 변해서 죽었습니다. 짐승이 다시 돌진해왔습니다.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짐승에 부딪혀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엉덩이에 닿았던 낙엽이 지렁이로 변해 또 죽었습니다. 짐승이 다시 돌진해왔습니다. 일어나 짐승을 향해 돌을 던지고 나무를 휘둘렀습니다. 짐승은 달아났고 던진 돌과 휘둘렀던 나무는 지렁이로 변해 또 죽었습니다. 오 기자와 7인은 ‘아니, 이럴 수가. 우리가 이 생명들을 정말로 죽였단 말인가!’ 하면서 괴로워했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후회도 일어났습니다.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마음은 들뜸과 후회로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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