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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까 상윳따(S11)를 읽으며 1

고요2 0 251 2018.08.24 09:15

어느 일요일 아침. 하늘이 맑고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안가에 가서 한주 동안 쌓인 피로를 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돌아갈 때가 되어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났습니다. 그때 해안가의 한 식당 주인이 말했습니다. “저쪽 바다 가운데 섬이 있는데 거기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주인 없는 섬이라서 누구든지 먼저 찾으면 임자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긴 50명의 사람들이 배를 타고 보물섬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여객선이 중간 쯤 항해하다가 갑자기 풍랑을 만났습니다. 높은 파도에 배가 부서졌고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를 떠다녔습니다. 다행히도 모두 어떤 섬에 떠밀려가서 목숨을 건졌습니다. 황량한 섬에 떠밀려 온 처지가 처량했지만 그나마 살아났으니 모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이상한 소리와 빛이 어우러져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곧 거기에서 떨어지는 먼지 같은 것들이 땅에 닿자 불길이 일어나더니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무서워하며 어떤 초막 근처의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겼습니다.

 

계속해서 소리와 빛이 어우러져 하늘을 날아다녔고 땅에는 더 많은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그런 도중에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곳에서 싸우지 마십시오. 여기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자 소리와 빛이 어울러져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소리를 친 노인이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이 섬에는 많은 선인(仙人)들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 초막 안에도 그들이 있습니다. 나도 선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아까 그 광경은 삼십삼천의 신들과 아수라들이 싸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만화나 게임에서 한 두 번 들어보았던 신들과 아수라들 사이의 전쟁이라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인이 말했습니다. “(욕계) 하늘에는 ‘삼십삼천’이라는 세상이 있는데, 그곳에는 삭까를 왕으로 하는 신들도 있고, 이들 신들과 싸우는 아수라들도 있습니다. 조금 전에는 그들 신들과 아수라들이 여기에 아무 생명도 없다고 보고 이곳에서 싸우게 되었지요. 참고로 아수라는 삼십삼천의 신들과 싸우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세간에서는 자기주장만 옳다고 내세우는 존재로 보기도 합니다. 만화나 게임에서는 천계에서 빠져나와 인간계에 내려오고, 선한 존재들과 싸우면서 지구를 정복하려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이 말을 믿어야 할지 사람들은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이윽고 여기에 떠밀려오게 된 전후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선인들이 사람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선인이 말했습니다. “이 섬을 나가는 방법은 저기 동굴에 가서 거기에 적힌 문제를 풀면 됩니다. 문제를 풀면 자동적으로 배가 나타나서 여러분들을 목적지로 태워줍니다.” 동굴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주인공이 ‘설령 누군가가 나의 적이라 할지라도 나는 결코 그를 해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는데, 이것을 악당이 알고서 칼을 빼들고 멀리서 다가옵니다. 주인공이 밧줄을 던져 그의 목과 팔다리를 묶었습니다. 그러자 악당이 말합니다. ‘존자여, 그대가 마음먹은 것을 버리지 마시오.’ 이에 대해 주인공은 어떻게 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S11:7)에서 인용하고 변형함, 아래도 마찬가지임)

 

사람들은 답을 찾으려고 궁리했습니다. 나의 약점을 파고들어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적에게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되었습니다. 1시간 쯤 지나자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악당에게도 똑 같은 것을 요구합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굴의 문제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대여, 그 자리에서 뒤로 십 보 물러나시오. 그리고 그대도 나를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하시오.” 이렇게 대답하자 동굴에서 ‘만약 악당이 무슨 내용으로 맹세의 말을 하는지를 물으면 그때는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거짓말하는 자에게 닥칠 불운, 은혜를 모르는 자에게 닥칠 불운, 그대를 해치는 자에게도 똑 같은 불운이 닥칠 것이오.’ 하고 대답하겠다고 했습니다. 동굴에서 ‘잘 맞추었습니다.’ 하자 갑자기 배가 한 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배를 탔더니 배가 저절로 움직여서 보물섬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려 섬에 올라가니 입구에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문제를 푸는 사람은 보물이 열 개, 문제를 못 푸는 사람은 보물이 한 개.’ 사람들이 문제를 읽어보았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어느 날 악당이 주인공에게 붙잡혔습니다. 주인공은 악당의 죄목을 열거하며 그에게 징역 5년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악당의 아버지인 국방 장관이 주인공을 욕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재판 내내 악당의 아버지는 주인공을 욕하고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주인공 친구가 말했습니다. “악당 아버지와 대면하여 그의 거친 말 듣는데도 / 두려움과 겁약함 때문에 참는가, 친구여.” 이에 대해 주인공은 어떻게 대답할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S11:4)를 인용하거나 변형함, 이하도 마찬가지임)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과 다투지 않을 것이다. 여기 주인공은 지혜롭고 악당의 아버지는 어리석다. 그래서 주인공은 참고 있는 것이다.’ 하고. 사람들이 생각한 것을 적어서 제출하자 시험 담당관이 만약 친구가 이렇게 말하면 그때는 어떻게 대답하겠는지를 다시 물었습니다. “제어하는 자 아무도 없으면 / 어리석은 자 더욱 화를 내기 마련 / 그러므로 엄하고 혹독한 벌로 현자는 어리석은 자를 다스려야 하네.”

 

문제가 다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비슷한 경우를 찾아내어 그 내용으로 대답했습니다. “나의 적이 성난 것을 알면 / 마음 챙기고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 / 어리석은 이를 다스리는 것이라고 / 나는 그렇게 생각하노라.” 하고. 그러자 시험 담당관이 다시 물었습니다. 만약 주인공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면? “친구여, 인내하는 것에 대해 나는 이런 허물을 본다네. / ‘두려움 때문에 나를 견디는구나.’라고 어리석은 자가 일단 이렇게 생각하면 멍청한 그 자는 더욱 날뛴다네. / 도망치는 자에게 소가 더욱 그러하듯이.”

 

아,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났습니다. 사람이 순하거나 선량하면 어리석은 이는 더욱 착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고 괴롭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스마트폰으로 검색했습니다. 30분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시험 담당관이 1시간 안에 대답하라고 재촉했습니다. 1시간이 거의 다 될 무렵에 한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나를 견디는구나 라고 그가 생각하든 아니든 / 자기의 최상의 유익함들 가운데서 인욕보다 큰 것 어디에도 없도다. / .,.. / 화내는 자에게 다시 화내지 않는 것은 이기기 어려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로다. / 남이 성난 것 알면 사띠하고(알아차리고, 마음챙기고)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과 남 둘 다의 이익을 실천하는 것이라네. / 자신과 남 둘 다를 치유하는 것을 두고 바른 법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생각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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