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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해피스님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1 506 2018.02.28 08:52

어려운 질문입니다, 법우님. 제가 이해하는 만큼의 답변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실제(實際)하는 상황인 거겠지요?

 

먼저, 음주사고로 뇌를 다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삶의 과정이 누적되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세상이라는 조건 가운데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좀 더 좋은 업()을 지어 하늘에 태어났다면 이런 류의 사건은 만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sīvakasuttaṃ (SN 36.21)[시와까 경] (http://sutta.kr/bbs/board.php?bo_table=nikaya06_04_02&wr_id=1) 참조.

 

이제 본격적 문제 즉 화도 안내고 탐욕스럽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인데다가 사무량심을 닦고 보시도 많이 행하던 사람이 뇌를 다친 이후 성격이 난폭해지고 탐욕스러워지며 남을 의심하고 망상증을 가져 자신은 물론이고 남에게 피해를 계속 주게 된 경우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가 음주사고로 뇌를 다친 모든 사람의 경우는 아닙니다. 일부 이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 텐데요, 이런 경우는 몸과 마음의 서로 조건 됨에 의해서 생긴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삶은 마음이 몸과 함께하는 이야기이고, 마음은 몸과 서로 조건 됨에 의해 몸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활동[행위와 인식]의 측면에서는 몸과 함께 하는 영역[()]와 몸과 함께하지 않는 영역[() - 인식, () - 행위]가 있습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수행이 깊은 즉 마음이 몸과 함께하지 않는 영역까지 제어된 수행자라면 이런 경우는 생겨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뇌 즉 몸의 손상이 몸과 함께하지 않는 영역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수행자의 화도 안내고 탐욕스럽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인데다가 사무량심을 닦고 보시도 많이 행함이 아직 몸과 함께하는 영역의 제어에 의한 것이라면 이런 경우는 생겨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에 의해 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증상이 달라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뇌가 심하게 다쳐 치료가 불가능해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인데 이것은 우연에 의한 사고지만 사고를 당한 이후 수행에 의미가 없어진 것처럼 악업을 저지르고 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뇌과학의 지원이 필요한 내용입니다. 만약 십선업(十善業)이라는 제어된 삶을 위한 기능들[믿음-정진-사띠-삼매-지혜]를 관장하는 뇌의 고유한 영역이 있고 그 영역이 훼손된 것이라면 이 몸으로의 조건에서는 대안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약 뇌의 다른 영역이 그런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 다시 수행을 통해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기존의 수행이 아직 몸과 함께하지 않는 영역의 제어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만큼의 삶은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수행의 성취는 다른 사람들보다 빠를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정도로만 답변 드립니다.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늘 공부에 열심인 모습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피[解彼 & happy] 하시기 바랍니다!

Comments

닭갈비 2018.02.28 15:01
욕계 세상의 태어남으로 인한 현상(욕계업)
(전생의 업이 아닌 우연에 의한...)
몸과 마음의 조건됨
몸과 함께하는 의와 몸과 함께하지 않는 심,식의 수행의 자리와 누적..
뇌도 몸의 현상이라는 것과 의의 위치..

하나하나 궁금증과 수행에 연결되는 말씀이라 많은 걸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